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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피자 배달원과 집배원의 죽음

한 집배원의 죽음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당초에는 빠른 배달을 위해 아파트 계단을 이용하다 그만 실족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부검결과 타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여러 가지 의문점을 낳고 있다. 앞으로 경찰 수사가 진행돼야 좀 더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유야 어쨌든 이번 젊은 30대 집배원의 죽음은 하루에도 수천통의 우편물을 돌리기 위해 점심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우리의 우정업무를 다시 한번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다. 우체국 업무를 총괄하는 우정사업본부도 부랴부랴 집배원의 개인휴대단말기(PDA)에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을 장착하겠다는 등 땜질식 대응책을 내놓았다. 집배원의 죽음 소식을 접하는 순간 기자의 머릿속에는 지난달 교통사고로 18세의 꽃다운 생을 마감한 젊은 피자 배달원의 모습이 함께 떠올랐다. 두 젊은이의 잇단 죽음 뒤에는 어쩌면 우리가 그동안 당연시 여겨왔던 사람보다는 업무 효율을 중요시하는 '빨리빨리' 문화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피자 배달원 사망 사고 이후 일부 피자업체는 '30분 배달제'를 폐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빨리빨리를 채근하는 곳이 어디 피자와 우편물뿐이겠는가.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가 '속도와 경쟁'을 지상과제로 여긴 채 삶과 노동의 질은 한 켠에 제쳐두고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폭주 기관차처럼.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은 지난 2009년 조사로 보면 2,400시간에 달한다. 미국(1,681시간), 독일(1,390시간)은 제쳐놓고 열심히 일하기로 유명한 일본보다 600시간이나 많다. 올해 한국생산성본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실질 노동생산성은 제조업만 놓고 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국 가운데 5위에 올랐다. 세계 각국과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 국민의 노동시간과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부는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외치고 있다. 이는 선진국 진입의 가늠자가 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삶의 질은 도외시한 채 올라가는 국민소득의 그래프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 조금은 느리게 가도 사람을 생각할 줄 아는 사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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