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으로 여우 한 쌍이 소백산국립공원에 방사됐다. 그중 한 마리는 마을 주변의 민가 아궁이에서 죽은 채 발견됐고 다른 한 마리는 국립공원 인근 야산에서 덫에 걸려 발목절단 수술을 감수해야만 했다.
복원을 위해 여우를 야생에 방사하기 전에는 다양한 적응 훈련을 시킨다. 사람을 피하는 훈련이나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 훈련, 몸을 은신하고 새끼를 기를 수 있도록 굴을 이용하는 훈련 등이 이뤄진다.
아궁이에서 죽은 여우는 아마도 굴처럼 생긴 아궁이를 자신의 은신처로 이용하려 한 듯싶다. 비록 두 마리 모두 슬픈 운명이 됐지만 이들을 통해서 여우는 깊은 산속보다는 마을 주변과 구릉지대를 선호하고 그러다 보니 사람에 의한 위협에 노출되기 쉽다는 교훈을 얻게 됐다.
국립공원은 야생동물의 안전한 피난처이지만 이들은 공원경계를 알지 못하고 주변 지역을 넘나들기 때문에 복원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역 사회의 이해와 협조가 꼭 필요하다. 복원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공단이 보험으로 보상하지만 그에 앞서 주민들의 폭넓은 이해와 도움이 있어야 한다.
지역 사회의 이해가 높아지면 예전부터 알게 모르게 주민들이 설치하던 올무나 덫과 같은 밀렵도구들은 상당 부분 사라질 것이고 사소한 피해는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말썽 정도로 간과될 수도 있다. 복원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지역 사회는 국립공원의 높은 인지도와 함께 생태관광 요소로 삼을 수도 있다.
구례군과 하동군이 지리산 반달가슴곰을 주요 생태관광 전략으로 삼고 있고 인제군은 대륙사슴이나 산양과 같은 우제류 복원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소백산 자락의 영주시가 여우복원 사업을 적극 후원하고 여우복원센터를 유치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여우 복원사업의 1차적 목표는 2020년까지 50마리가 안정적으로 서식하도록 하는 것이다. 올 가을에는 세 쌍을 다시 방사할 계획인데 똑같은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 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 소백산 여우복원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돼서 여우가 영주시의 캐릭터가 되고 지역 발전에 도움을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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