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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선사 줄도산 위기

은행 "중고선박 대출 않겠다"

"한국선급 인증 믿을수 없어" 기존 대출 만기연장도 거절


세월호 사태의 여파로 시중은행들이 중소형 여객선사 전체에 대한 신규 대출 금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고 여객선을 운항하는 해운사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세월호 참사의 장본인인 청해진해운 이외의 해운사에도 대출을 축소하는 것이다. 대부분 중고 선박 담보대출로 자금을 마련해온 중소형 해운사의 돈줄이 막히는 셈이다. 이미 막대한 부채와 승객 수 급감을 겪고 있는 해운사에 금융기관 대출까지 막히면서 줄도산에 이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A은행의 해운사 여신 담당 관계자는 2일 "중고선박을 담보로 한 신규 대출은 사실상 하지 않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면서 "영세한 해운사는 주로 일본 등지에서 중고 선박을 구입한 뒤 이를 담보로 운영 및 시설자금을 마련했는데 앞으로 해운사들은 중고선 구입을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B은행 담당자는 "국내에서 여객선을 운항하는 해운사는 중고 선박 담보대출 이외에 자금줄이 없다"면서 "중고 선박 담보대출은 한국선급(KR)의 안전인증 덕분이었지만 현재는 자체를 믿을 수 없게 됐기 때문에 제3의 확실한 인증기관이 나오기 전까지 대출해주기 어렵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연안 여객선을 운항하는 C해운사는 13년간 연체가 없었음에도 세월호 참사 이후 한 시중은행으로부터 신규 대출은 물론 만기연장조차 거절당했다. 이 해운사는 20년 넘은 중고 선박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지만 안전하다고 인증해준 한국선급을 믿을 수 없는데다 앞으로 여객운임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중소 해운사들은 그동안 여객운임만으로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해 화물적재로 이익손실을 벌충해왔다.



시중은행은 지난 2000년대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연안 여객선 승객 수가 늘어나면서 해운사에 대한 대출을 꾸준히 늘려왔다. 그러나 세월호 사태의 여파로 금융감독 당국이 은행에 선박 안전을 여신심사에 반영하는 비중을 늘리라고 주문하고 기존 여신에 대한 감독도 강화할 예정이어서 은행들은 여신을 줄이려 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 방침에 따라 대출을 늘려온 정책금융기관마저 세월호 이후에는 지원을 엄격하게 따진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D은행 관계자는 "여객선을 운항하는 해운사 대부분은 영세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선박담보 대출이 끊어지면 대주주에게 자금여력이 있지 않은 한 한계가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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