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11일 계약제도의 공공성 강화방안을 통해 시가 발주하는 공사·용역·물품구매 등 공공계약을 할 때 기업의 사회적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지표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공공계약에 CSR 지표를 반영하는 것은 서울시가 처음이다.
서울시는 CSR 지표를 개발해 당장 내년 1월부터 시가 발주하는 공공계약에 모두 적용하기로 했다. CSR 지표에는 △공정경쟁 △동반성장 활동 △가족친화문화 조성 △소비자분쟁 해결 △노사 간 상생협력 등을 포괄하고 있다. CSR 지표가 도입되면 정부로부터 공정거래 자율준수 인증을 받은 기업은 서울시 공공계약에서 가산점(0.5)을 받아 입찰경쟁에서 유리하게 되는 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슷한 업체들이 경쟁할 때는 0.1점이 당락을 결정하는데 CSR 가산점을 받으면 수주에 훨씬 유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CSR 지표가 우수한 기업에는 공공계약에 유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공정거래 자율준수 인증 △불공정거래행위 시정조치 및 과징금 부과 기업 △하도급거래 모범업체 △하도급 상습위반자로 통보 받은 기업 △가족친화경영 우수기업 △소비자 중심경영 인증 △노사문화 우수기업 등 7개 항목에 대해 CSR 가산점을 부여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불공정거래와 하도급 위반 등 2개 항목은 감점(0.5점)이 부여된다. 서울시는 오너의 횡령이나 배임 등의 불법행위로 사법처리를 당한 기업에 대한 CSR 지표도 개발해 감점 등의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횡령이나 배임 기업에 대해서도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처음부터 검토했지만 용역과정에서 지표를 정량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아 이번 발표에서는 일단 제외했다"며 "시간을 두고 평가지표를 객관화해 논란이 없도록 한 다음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배임과 횡령 발생 기업에 대한 지표 계량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며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파일럿테스트를 한 후 배임·횡령 기업에 대한 CSR 지표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내년 6월 중 공공조달 조례제정을 통해 기존 계약법령에는 포함돼 있지 않던 사회적 책임 적용 근거 등의 제도적 기반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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