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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C 양적완화 유지] 신흥국간 차별화 심화… 외국인 뭉칫돈 한국으로 몰릴 것

■ 월가 전문가 긴급 좌담

드릴 대표

아이작 매니저

쿠바르치 전 위원

조영 대표

미국 예산 싸움으로 정부 폐쇄되면 단기간 시장 붕괴될수도

미국 경제 예상보다 성장 속도 느리다는 반증
기준 금리 인상은 경기회복 가시화때까지 자제

한국은 다방면서 안정적… 펀더멘털 탄탄해 주목
북 리스크·엔저·중국 경착륙 가능성은 경계해야


"앞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출구전략을 실시할 경우, 신흥시장을 대하는 월가 투자자들의 태도가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한국처럼 정부재정·경상수지·성장률 등이 안정돼 있는 나라에는 외국인 자금이 오히려 더 몰릴 것으로 봅니다."(아비터파트너스의 폴 아이작 포트폴리오 매니저)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는 섣불리 출구전략에 들어갔다가는 경기가 꺼져버릴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출구전략에 들어가더라도 양적완화 축소 규모는 현재의 월 850억달러에서 15~20% 줄어드는 데 그칠 것입니다"(폴 아이작 아비터파트너스 포트폴리오 매니저)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서울경제가 마련한 좌담회에서 월가의 전문가들은 불확실한 미국의 경기 회복과 내년 예산과 정부부채한도 상한을 둘러싼 워싱턴 정가의 대립이 연준이 양적완화를 지속하도록 결정을 내린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립으로 하루라도 정부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을 경우 미국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시장 붕괴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와 함께 연준의 출구전략으로 인도ㆍ인도네시아ㆍ브라질 등의 일부 신흥국이 불안할수록 한국ㆍ칠레 등 펀더멘털이 양호한 국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가 투자자들이 획일적인 신흥국 인덱스에서 벗어나 국가 또는 기업단위로 차별적인 투자전략을 취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좌담회는 조영 앤드롭J인베스트먼트그룹 대표의 사회로 헤지펀드인 크레이그드릴캐피털의 크레이그 드릴 대표, 아비터파트너스의 폴 아이작 포트폴리오 매니저, 로저 쿠바르치 미국 안보국의 전 경제담당 위원 등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사회=미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재의 양적완화 규모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미 경제 회복 속도가 느리다는 반증이기도 한데요.

▲폴아이작 매니저=연준은 경제가 예상만큼 성장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일단 인플레이션 수준이 기대 이하로 나타나고 의회의 예산 논쟁이 미 경제에 어느 정도의 충격을 줄지도 불투명해지면서 공격적인 채권 매입 조치를 유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 경제는 천천히 회복될 것입니다. 노동 시장이 매우 부진하고 근로자 임금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는 증거도 없습니다. 8월 미 실업률은 7.4%로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6.5%에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도 연준의 타깃에는 못 미칩니다.

▲사회=이번에 연준이 예상을 깨면서 시장과의 소통에서 실패했다는 비판도 나오는데요.

▲아이작 매니저=시장이 오해한 것입니다. 연준은 항상 양적완화 축소 여부가 경기에 좌우될 것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이것은 곧바로 채권매입 규모를 줄이겠다는 신호는 아니었습니다.

▲사회=연준이 이번에 양적완화 규모를 유지하기로 한데는 정부부채 한도 증액이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의회의 싸움 등 주변 환경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크레이그 드릴 대표=당파적인 워싱턴 정가가 문제입니다. 앞으로 2~3주 내에 백악관과 의회간의 예산 교착 상태라는 매우 어려운 시기가 올 수도 있습니다. 10월1일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데 일주일 내에 합의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 의회가 정부부채 상향 조정에 동의해주지 않을 경우 10월 중순에는 재무부 예산이 바닥납니다. 미국은 1995년 말부터 1996년 초 사이에도 정부 폐쇄 사태로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만약 하루라도 정부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을 경우 미국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시장 붕괴에 직면할 것입니다. 특히 파생상품 시장은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봅니다. 문제는 정치권의 예산 싸움이 정치적으로 해결되기도 어렵다는 점입니다. 공화당은 예산 문제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양보해야 한다고 강경 목소리를 내고 있고 협상 기한도 눈앞에 닥쳐 있어 해결하기 복잡한 상황이 됐습니다.



▲사회=연준이 채권매입 규모를 언제, 얼마만큼 줄이고, 금리는 언제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양적완화 축소에 2~3년은 걸릴 것 같고 금리 정상화도 벤 버냉키 의장이 얘기한 2016년보다 더 늦은 4~5년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아이작 매니저=연준이 섣불리 출구전략에 들어갔다가는 경기가 꺼져버릴 수 있습니다. 이게 연준이 조심스러운 이유입니다. 연준은 실업률이 매우 명백하게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또 첫 양적완화 축소 규모도 현재의 월 850억 달러에서 15~20% 줄어드는 데 그칠 것입니다. 연준 정책이 신흥국 경제를 고려하지는 않지만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안은 미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경기는 2016년에는 실업률이나 인플레이션 등의 측면에서 정상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준 금리 인상은 경기 회복이 가시화할 때까지 극도로 신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시장의 다수는 연준이 늦어도 12월에는 출구전략에 들어갈 것으로 보는데 신흥국에 인도ㆍ인도네시아ㆍ브라질 등 신흥국에는 어느 정도의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로저 쿠바르치 전 위원=국가별 경제 사정이나 외국인 투자가를 유치할 수 있는지 등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고 봅니다. 한국이나 칠레 등은 대내외적으로 균형을 갖추고 있습니다. 정부재정, 경상수지, 성장, 기업 이익률 등의 측면에서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고 안정돼 있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상당수의 이머징 국가들은 적어도 한가지 이상의 큰 불균형 상태에 빠져 있고 균형 상태로 돌아가는데 장애물을 안고 있어 큰 충격을 받을 것입니다. 또 이들 나라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때 양적완화 축소는 눈앞의 이유에 불과합니다. 근본적으로 펀더멘털에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드릴 대표=양적완화 축소를 늦추는 연준의 결정은 미 성장률의 잠재적 하락 가능성을 막기 위한 보험 성격이 짙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역시 양적완화 중독을 더 격렬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글로벌 차원의 중독이며 금단증상은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사회=개인적으로는 미 경기의 느린 회복세를 볼 때 연준이 올해안으로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이 경우 달러 약세로 통화 가치가 절상된 신흥국이 통화가치 절하 경쟁에 나서면서 환율전쟁이 또 다시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드릴 대표=지난 1년간 무역 거래 부문에서 국가간의 환율 갈등이 다소 빚어진 적이 있습니다. 특히 현재 일본이 환율 전쟁을 촉발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환율 전쟁은 달러 다음의 기축통화인 유로화, 미국 인접국인 캐나다 달러 등 주요 통화간의 문제는 아닙니다. 환율전쟁을 측정할 수 있는 수단은 없지만 심각하거나 주요한 움직임은 아닐 것으로 봅니다.

▲사회=요즘 글로벌 투자 자금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하면서 신흥국 투자 시대는 최소한 5년간은 끝났다는 얘기가 자주 나오는데요.

▲아이작 매니저=비록 성장률이 둔화되고 통화 가치는 떨어지고 있지만 신흥시장은 여전히 가장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미 투자가들은 여전히 이머징 마켓에 비중을 두고 있고 자금 유입도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 다만 국가별 경제 사정이나 기업 가치도 차이가 있어 차별화가 나타날 것입니다. 따라서 획일적인 신흥시장 인덱스 상품에는 관심이 떨어지고 개별 국가나 기업 중심으로 투자 패턴이 바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몇 달간 한국과 인도 시장에 대해 미 투자가들은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신흥 시장 가운데 한국처럼 펀더멘털이 튼튼한 나라가 더 주목 받을 것으로 봅니다.

▲사회=최근 양적완화 축소 논란을 거치면서 월가에서는 한국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요.

▲드릴 대표=다른 아시아 국가와는 전혀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한국은 다방면에 걸쳐 안정돼 있습니다. 가령 한국의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5%에 불과합니다. 개인적으로는 1997년 외환위기의 고난에서 급속하게 탈출하는 모습이나 가족애나 교육열을 보고 감명 받았습니다. 한국이 조만간 국제무대에서 이스라엘 정도의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특히 지정학적인 측면에서 한국은 행운아입니다. 일본이 (중국과 갈등으로) 불안정한 것과 정반대입니다. 우리 회사는 중국에 직접 진출하기보다 한국 회사와 공동으로 중국 사업을 하기를 원합니다. 중국 회계의 불투명함 때문이지요. 투자가의 관점에서 몇몇 글로벌 기업을 인상 깊게 보고 있고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의 기술 기업이 될 것으로 봅니다.

▲사회=좋은 점만 말씀하셨는데 한국경제에 리스크는 없나요. 가령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갈 경우 한국시장이 돋보일 수도 있지만 북한 문제 등 예기치 못한 리스크가 돌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데요.

▲드릴 대표=명백한 리스크는 북한입니다. 하지만 통일만 된다면 단기적으로 한국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더라도 장기적으로 큰 기회를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의 리스크는 일본 경제의 약화입니다. 엔화 가치가 더 크게 떨어진다면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경제가 가장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입니다.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은 중국이 7~8%의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지만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나빠질 경우 한국 경제도 큰 충격을 받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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