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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추석명절과 고스톱

오갑원 <통계청장>

민족 명절인 추석 연휴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 명절에 즐기는 대표적인 오락으로 대개 윷놀이를 꼽는다. 그렇지만 서민들이 가장 즐기는 오락은 역시 화투의 ‘고스톱’ 게임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때는 일제가 퍼트린 망국병이니 하며 나라에서까지 나서서 단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서민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 게임에는 특별한 규칙이 있다. 알짜 패인 ‘광(光)’이나 ‘고도리’만 갖고 승부를 결정짓도록 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별로 영양가(?) 없어 보이는 ‘피’를 갖고도 머리를 잘 쓰면 오히려 더 크게 이길 수 있다. ‘쓰리고’를 하려면 ‘피’(민초)를 많이 끌어모아야 한다. 이렇게 힘이 없는 ‘피’라도 수만 많으면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규칙이 서민들의 정서와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통계청에서는 분기에 한번씩 가계의 수입과 지출을 가름해볼 수 있는 가계수지동향 통계를 발표한다. 이 통계는 전국의 7,500 표본가구에서 매일매일 기입한 가계부를 거둬서 분석한 통계이다. 이 가계부는 우리 국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올해 2ㆍ4분기 우리나라 가계수지동향을 보면 가구당 월 평균 소득은 285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높은 소득통계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르겠다. 평균 소득에는 평균을 훨씬 넘는 소수의 사람도 있고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다수의 사람들도 있다. 소수의 고소득 계층이 평균 소득을 높인다. 통계는 평균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통계에서는 소수의 고소득 계층뿐만 아니라 다수의 저소득 계층도 다같이 소중한 하나의 변수이다. 고스톱의 ‘피’처럼 아무리 영향력이 작다고 하더라도 제외하거나 소홀히 취급하지 않는다.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몇몇 소수로만 구성된 자료는 추세를 보는 숫자가 될 수는 있지만 통계가 될 수는 없다. 대표성이 없기 때문이다. 통계가 대표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모든 변수들을 다 고려해야 한다. 이것이 통계가 만드는 민주주의이다. 모든 게임이 다 그렇듯이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은 항상 이길 가능성에 더 큰 기대를 건다. 그래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게임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온 가족과 친척이 모이는 귀중한 시간을 고스톱으로 보내는 것은 볼썽사납다. 추석의 모습을 그린 아이들의 일기장에 고스톱 치는 부모와 친척들의 그림이 등장하지 않는 중추절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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