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0년 7월4일 영국 리버풀항. 340마력짜리 증기엔진을 단 1,154톤급 목조 외륜선 브리타니카(RMS Britannica)호가 뱃고동을 울리며 항구를 빠져나갔다. 사상 최초로 증기여객선이 대서양 정기항로에 투입된 순간이다. 승무원 93명과 선주 가족을 비롯한 승객 63명 외에 신선한 우유를 공급하기 위한 젖소까지 실은 브리타니카호가 보스턴에 닿은 것은 7월20일. 보스턴 시민들은 ‘메이플라워호 도착 이래 최대의 사건’이라며 반겼다. 환영받은 이유는 횡단기간을 크게 단축했기 때문. 범선으로 평균 23일 걸리던 대서양 뱃길을 12일20시간으로 줄였다. 브리타니카호의 성공적인 처녀항해로 속도와 안전성이 검증된 뱃길에는 이민선이 몰려들었다. 1830년대 3.9%였던 미국행 이민의 연평균 증가율이 1840년대에는 8.4%로 뛰어올랐다. 거의 무한정으로 공급되는 토지와 대규모 이민의 노동력이 맞물린 결과는 고성장. 미국은 유럽 열강이 무시할 수 없는 경제대국으로 커나갔다. 1844년 겨울, 한파로 보스턴 앞바다가 얼어붙었을 때 시민들이 얼음을 깨서 브리타니카호가 입항할 수 있는 수로 11㎞를 개통시킨 점은 대서양 정기선에 대한 애정과 기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브리타니카호는 1849년 프로이센 해군에 매각된 후 1880년 표적함으로 바다에 가라앉았지만 운항시간 단축을 위한 경쟁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서양을 3일 안에 주파한 선박도 등장했다. 횡단기록을 경신하는 배에 주는 명예인 블루리본(Blue Ribbon)상을 개인이 받아간 적(1990년)도 있다. 제트여객기 시대에 왜 국가와 기업은 물론 개인까지도 대서양에 집착할까. 이런 명제가 아직도 유효하기 때문이리라. ‘바다를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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