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셰일 혁명'이 앞으로 5년 뒤 정점을 찍고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셰일 혁명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지각변동을 촉발하고 각국 제조업체가 값싼 에너지를 찾아 미국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면서 미 경제 회복을 이끌었지만 결국 신기루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채산성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가운데 쓸만한 셰일 광구가 거의 다 소진되면서 채굴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악화되는 수익성= 미 텍사스주의 퍼미안 분지에서 셰일오일 채굴업을 하는 브라이언 셰필드씨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시추시설의 절반을 폐쇄하고 다른 업체에 넘길 계획이다. 텍사스와 뉴멕시코 경계에 있는 퍼미안 분지에는 5조 달러 어치의 석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유가 하락 등으로 사업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탓이다.
글로벌헌터시큐러티즈의 마이크 켈리 애널리스트는 "퍼미안 분지의 클리네셰일과 미시시피림 지역의 경우 이익이 나려면 유가가 배럴당 96달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현재 95달러 수준으로 2011년 4월말보다 17% 가량 떨어진 상황이다.
나머지 퍼미안 분지 지역의 채산성은 배럴당 70~74달러, 노스다코다주의 배켄 지역은 84달러 정도로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 경우 유가가 내년에 70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셰일가스 업체들의 채산성은 더 나쁘다. 손익분기점이 펜실베니아주 마르셀루스 광구의 경우 1MMbtu(25만㎉의 열량을 내는 가스의 단위)당 4~5달러, 텍사스 바르넷 광구는 6~7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천연가스 가격은 2008년 10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2달러대까지 추락했다가 최근 겨우 3.6달러대를 회복한 상태다. 이미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는 시추 과정이 복잡한 데다 광구를 파봐야 매년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에너지개발 컨설팅 회사인 드릴링인포의 알렌 글리머 최고경영자(CEO)는 "일반적인 유전의 경우 생산량이 2년 뒤 50~55% 정도 줄어든 뒤 20년 이상 유지되는 반면 셰일오일 유전은 1년만에 60~70% 가량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노스타코다주의 배켄 셰일 유정의 경우 1년만에 생산량이 69%나 감소한 뒤 5년 뒤에는 94%나 급감했다. 첫해는 '노다지'라고 환호했지만 거의 쓸모 없는 광구로 전락한 셈이다.
◇사우드아메리카는 신기루인가= 더구나 개발 지역이 갈수록 오지로 옮겨가면서 생산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텍사스 지역의 탐사업체인 다이아몬드백에너지의 트래비스 스티체 CEO는 "시추공 하나 파는데 700만~750만 달러가 필요하고 암반층을 만나는 등 재수가 없으면 1,200만달러가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셰일 탐사업체인 랩린치 컨설팅의 아트 베르만 창립자는 "과거 20년간 지질학자로 일한 경험으로 봤을 때 셰일에너지는 혁명이 아니라 끝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면서 개발 지역을 매각하거나 합작사를 설립해 리스크를 줄이는 업체도 늘고 있다. 셸의 경우 올 8월초 셰일에너지 사업 부문을 21억 달러나 감가상각처리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콜로라도와 텍사스주 셰일유정을 잇따라 매각했다. 또 EV에너지, 아나다르코페트롤리엄 등도 셰일 관련 자산을 팔거나 임대해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1위의 산유국이 되는 것도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데이비드 휴스 세계지속성연구원 회장은 "미국의 석유 생산이 2017년 정점을 찍은 뒤 2년 내에 2012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미국의 에너지 독립과 '사우디아메리카' 구호는 뻥튀기"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아직은 기술발전, 미국의 수출 증가 등에 힘입어 셰일혁명이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더 많다. 실제 데본에너지의 경우 지난 20일 남부 텍사스 이글포드 지역에 위치한 지오사우던에너지의 셰일유전을 60억 달러에 사들였다. 셰브론 역시 지난해 2월 콜로라도 지역의 셰일오일 유정을 매각했지만 올해는 미국ㆍ캐나다의 셰일에너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여전히 상당수 석유업체들이 셰일오일ㆍ가스를 미래 성장을 좌우할 '꿈의 에너지'로 보고 있는 셈이다.
셰일에너지 전문 개발업체인 컨티넨털리소스의 해럴드 햄 회장은 "2010년 240억 배럴로 추정되던 배켄과 윌리스톤 분지의 가채매장량이 지금은 기술발전으로 450억 배럴로 늘었다"며 셰일에너지 생산량이 갈수록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의 에너지 수출이 본격화할 경우 유럽 등에 비해 지나치게 싼 셰일가스 가격도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셰일에너지= 모래와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층인 셰일층에 존재하는 원유나 천연가스. 셰일층의 촘촘한 구멍에 박혀 있어 시추관을 수직으로 박은 뒤 다시 수평으로 삽입해 물이나 화학약품을 고압으로 분사해 빼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반 시추관이 'I'자 모양인데 비해 셰일에너지 시추관은 'L'자 모양이다. 일반 유정이 지하 500m 정도의 깊이인 반면 2~4㎞에 숨어 있어 시추 비용도 훨씬 더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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