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본격적으로 도로와 교량 건설에 매진한 것은 로마시대부터다. 끝없이 뻗어나가는 제국의 확장에 필수 인프라로 여겼기 때문이다. 스페인 지역에는 로마 초기의 교량인 알칸타라ㆍ살라망카 다리가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데 개통 초부터 자살자로 몸살을 앓았다고 전해진다. 강 위에 위치한 높은 다리는 연결이라는 본래의 용도와 반대로 절연(絶緣)의 장소였던 셈이다.
△마르탱 모네스티에의 ‘자살백과’에는 투신자살을 택하는 사람들은 장소 선택에 신중을 기하는 것 같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래서일까. 이름난 다리일수록 ‘자살다리’로 악명이 높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중 하나라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역시 자살 장소로 유명하다. 비공식 기록으로 1,500명이 투신했다는 이 다리에서는 요즘도 2주마다 한 명꼴로 자살이 시도된다. 자살 방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경고판 부착에 그치고 있는 형편이다.
△캐나다 토론토의 아치교인 블로어 바이어덕트(Bloor Viaduct)는 북미에서 손꼽는 자살다리로 1937년 완공 이후 500여명이 투신자살했으나 2003년 이후 자살자가 끊겼다. 시의회가 550만 캐나다 달러를 투입한 자살 방지 시설 덕분이다. 5미터 길이의 철강 9,000개를 12.9㎝ 간격으로 촘촘히 박고 그물망을 갖춘 이 시설은 다리의 경관까지 살렸다. 캐나다 건축상까지 받으며 예술로도 인정받은 토론토의 자살 방지 시설은 시민들의 사랑 속에 ‘빛나는 면사포(Luminous Veil)’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서울시가 한국의 자살다리로 악명 높은 마포대교를 생명의 다리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보행자의 움직임을 감지해 자살 낌새가 보이면 다리에 각종 조명과 문자메시지를 띄워 자살 충동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이 아이디어를 내고 서울시가 구체화한 이 계획이 효과를 거두기 바란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서울시의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에 수많은 사람들이 위로와 희망의 문구를 보냈다. 모두의 뜻이 모아지고 연결되면 다리는 점과 점을 연결하는 선으로서 본래 기능에 보다 충실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리는 인간성의 확장이다.
권홍우 논설실장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