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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우리 시대의 콜럼버스에게-최동규 특허청장


아메리카 대륙을 최초로 발견한 콜럼버스가 지금 시대에 살아 있다면 그는 어떤 사람이 됐을까. 필자는 그가 어쩌면 발명가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무언가를 새로 발견해내는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탐험가와 발명가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가 달걀 끝을 깨뜨려 세웠던 '콜럼버스의 달걀' 일화는 오늘날 창조적 생각의 표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콜럼버스는 바다를 항해하던 사람이니 항해 중에 배 안을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달걀을 가만히 세워둘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을 법하다.

만약 콜럼버스가 이 시대에 태어나 달걀을 세우는 방법을 고민했다면 그 결과는 한층 흥미로웠을 것이다. 달걀을 세우는 방법을 특허출원한다면 어떨까. 달걀을 깨뜨려 세우는 것은 발상의 전환은 돋보이지만 산업상 이용가치가 없기 때문에 특허로 등록 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달걀을 깨뜨리지 않고도 세울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달걀을 세우기 위한 보조 장치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고 '네모난 수박'처럼 보관이 용이한 '네모난 달걀'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먼저 출원된 유사한 발명이 없다면 충분히 특허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기발한 아이디어들은 과거처럼 단지 상상에 그치지 않고 하나씩 현실이 됐다. 특히 3D 프린팅 기술은 그동안 난이도가 높거나 비용이 많이 들어 구현하기 어려웠던 제품의 제작을 쉽고 간편하게 만들어 제품 개발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기술 발전과 더불어 발명의 속도도 빨라진 것이다.



아울러 과학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현재 구현하기 어려운 아이디어라고 하더라도 미래에 실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특허청은 발명에 대한 권리를 판단할 때 제품이 아닌 발명의 아이디어를 놓고 판단한다. 과학 법칙에 위배되지 않고 미래에 산업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 아이디어를 최초로 발명한 사람이 특허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지난 6월 특허기술상 시상식에 다녀왔다. 특허기술상은 특허청에 등록된 발명 중 우수한 기술을 발굴하고 시상해 발명을 장려하는 제도다. 수상작 중에서 특히 필자의 기억에 남는 것은 '3cm만 자라는 잔디'였다. 그간의 식물품종 개량이 주로 식물의 성장을 촉진하는 데 치중했다면 이 잔디는 성장을 억제시켜 잔디관리 비용을 절감시키는 것에 착안했다. 획기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이 발명은 지난해에 출원됐고 우선심사를 통해 1개월 만에 특허를 획득한 덕분에 신속한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 글을 읽는 이들 중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콜럼버스가 있다면 다소 시간이 걸리는 제품화에 앞서 우선 특허출원을 고려하라고 권하고 싶다.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라도 누구보다 먼저 출원하고 등록 받아야만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지식재산의 시대에서 새로 발견된 대륙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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