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팅도 우리가 잘하는 전자정보기술 분야에 집중해야 합니다. 미국 등 3D프린팅 선도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틈새시장에 특별한 첨단제품을 내놓아야 승산이 있습니다."
국내 3D프린팅 소재 대표기업인 대림화학의 신홍현(50·사진) 사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 주최로 열린 '3D프린팅 메이커스 페스티벌' 강연에서 3D프린팅이 한국 경제를 재도약시킬 수 있는 기반기술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 화공과를 졸업한 신 사장은 현재 3D프린팅연구조합 초대 이사장도 맡고 있다.
대림화학은 지난 1976년 설립된 유기화학 소재 기업으로 대림그룹과 무관하다. 프린터 토너필름 및 모바일 디스플레이 광원소재를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으며 2년 전부터는 3D프린팅 소재 시장에 뛰어들었다. 생분해성 소재인 폴리락틴산(PLA)을 인체에 무해한 3D프린팅용 친환경 가소재로 개발하기도 했다.
신 사장은 "우리 산업이 정체국면을 벗어나려면 주조·금형·소성가공 등 이른바 뿌리산업의 재건이 필요한데 3D프린팅이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칼끝을 의미하는 첨단(尖端)에는 이제껏 다다르지 못한 극한기술이 존재한다"며 "그 끝에서 또 다른 영역과 만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3D프린팅 소재로는 석유화학 합성원료 등 유기물질과 세라믹 등 무기물질 그리고 금속 등이 주로 사용된다. 신 사장은 3D 소재도 융합의 영역으로 규정했다. 그는 "앞으로 동일 패턴이 끝없이 반복되는 프랙탈 구조의 초물성 소재나 인체 조직·장기를 만드는 바이오 소재, 그리고 여러 소재가 섞인 멀티 소재들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령 정보기술(IT) 제품에 들어가는 인쇄회로기판(PCB)은 전도체 잉크(소재)로 만든 회로를 한 번에 넣어 3D로 만드는 방식이 현재 시도되고 있다. 복잡한 구조의 PCB도 손쉽게 출력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재 가운데 다채로운 패턴의 금장 액세서리도 소비자가 원하는 모양의 금박제품으로 찍어낼 수 있다. 귀금속 3D 소재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는 대림화학은 지난해 사비나미술관 등과 함께 작가들이 3D프린팅으로 창작한 예술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신 사장은 "3D프린팅은 소비자가 스스로 제품을 디자인하는 DIY(Do It Yourself) 수요를 이끌 것"이라며 "바야흐로 4W(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무엇이든 가능한)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2조원 규모의 전 세계 3D프린팅 시장은 5년 후 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새로운 시장에서 우리 중소기업들의 무기가 될 분야는 결국 정보통신기술과 3D의 융합"이라고 단언했다. 신 사장은 또 "연구조합을 통해 접하는 국내 업계의 연구성과를 보면 심장이 뛰는 흥분을 느낀다"며 "이제 3D프린팅 업체들이 성공 스토리를 내놓아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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