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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퇴압력에 밀려 원치 않게 검찰을 떠나는 몇몇 검찰 간부들이 퇴임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섭섭함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검찰 내 대형 사건 수사로 이름을 날렸던 박영수(58ㆍ사시 20회) 서울고검장은 15일 이임사에서 “25년이 넘도록 몸담았던 공직을 갑자기 떠나려 하니 망설임도 있었고 번민도 없지 않았다”며 “그러나 지금은 훌훌 털고 감사하다는 마음만 간직하고 떠나려 한다”고 말했다. 사퇴압력이 들어올 때만 해도 망설였지만 후배들을 위해 마음을 정하고 홀가분하게 떠나겠다는 것이다. 박 고검장은 검찰의 촛불시위나 MBC PD수첩 사건 수사, 미네르바 수사 등을 추스르기 위해서는 검찰의 단합이 절실하다는 것을 당부하기 위해 “최근 들어 검찰 조직의 결속이 느슨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검찰에 다가올 여러 가지 고난과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구성원 상호 간에 믿음과 사랑의 끈으로 조직을 더욱 결속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용퇴권고가 사실상의 사퇴압박으로 비쳐졌는데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던 검찰에 서운함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 고검장은 검찰 결속을 위해 ‘회사후소(繪事後素)’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고검장은 이어 “엄정공평ㆍ불편부당의 검찰 정신은 우리 검찰이 지켜야 할 절대가치”라며 “시류에 편승하거나 그렇게 비쳐져서도 안 된다”고 뼈 있는 지적을 남기기도 했다. 박 고검장은 제주 출신으로 서울 동성고와 서울대를 졸업했으며 서울지검 북부청 검사로 검찰 생활을 시작해 서울지검 강력부장, 대검 공안기획관, 대검 중수부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는 오대양 집단변사 사건은 물론 SK비자금 수사와 현대차 비자금 수사 등 굵직한 수사를 진두지휘해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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