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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사이코 판사' 당신도 만날 수 있다

'무죄를 유죄로' 정신질환 따른 충동적 선고<br>국내 법원서도 첫 공론화<br>판사들 정기 건강검진때 정신건강검진 실시 검토


모 법원 A판사는 수 차례 재판을 통해 무죄결론이 날 가능성이 100% 예상되던 B씨에게 갑자기 유죄를 선고하고 법정구속을 해 버렸다. B씨 변호사 뿐만 아니라 배석판사 모두 황당해 하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B씨는 끝내 구속됐다. B씨는 항소했고, 2심은 A판사의 판단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측은 B씨측의 진정에 따라 A판사의 재판과정을 조사했다. A판사는 자신도 모르게 갑작스러운 충동으로 무죄를 선고해야 될 순간에 유죄를 선고해 버린 있어서는 안될 일을 저지르게 된 것으로 판명됐다. A판사는 수년전부터 심한 우울증을 앓아 오고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결국 A판사는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여 6개월간 정신과 치료를 받기로 합의했다. 간혹 영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지만, 국내 법정에서 ‘사이코 판사’에게 재판 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법원 행정처는 재판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우울증이나 조울증 등 정신질환 등으로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보여지는 ‘사이코 판사’에 대한 현황과 처리방안을 심층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사이코 판사’에 대한 법원의 첫 공론화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국적으로 ‘사이코 판사’ 사례로 법원 행정처에 보고된 건수는 3~4건. 전국 판사수가 2,2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지극히 낮은 비율이지만, 재판결과는 무고한 시민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꿀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살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이코 판사’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일반 사람들의 경우 5,000명당 1명 꼴로 우울증 환자가 발생할 수 있지만, 판사들의 경우 보수적으로 산출해도 1만명당 1명꼴로 발생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판사수(2,200여명)를 감안하면 5년에 1명꼴로는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앓는 판사가 재판을 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이코 판사’를 걸러내는 법원 시스템은 허술한 실정이다. ‘사이코 판사의 판결’로 문제가 된 피해사례가 드러난 것은 없지만, 공론화할 경우 피해사례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법원 행정처의 한 판사는 “특이한 판사(사이코 판사)의 재판결과는 배석판사나 변호사 등을 통해 법원 차원에서 실시간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선고가 나더라도 상급심에서 바로잡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경우 재판 장기화에 따른 정신적ㆍ금전적 피해가 불가피해 좀더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법원은 또 ‘사이코 판사’의 경우 사전 징후가 포착되면, 아예 재판에서 배제하는 사전조치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사자의 반발 등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법원 행정처는 이에 따라 앞으로 판사 정기건강검진에서 정신건강 검진을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행정처 관계자는 “판사들도 정신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다”며 “2년마다 실시되는 판사들의 정기 건강검진 때 정신건강 검진도 함께 실시하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 행정처는 이와 함께 우울증ㆍ조울증 등 정신질환이 심한 경우 퇴직을 명령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조직법에는 법관이 ‘중대한 심신상의 장해’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대법원장이 퇴직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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