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을’들의 반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슈퍼갑’격인 남양유업의 영업사원이 위압적인 태도로 ‘을’의 입장인 대리점주에게 강매를 요구하는 음성파일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그 동안 남양유업은 대리점에 물건을 떠넘기는 일명 ‘밀어내기’식 영업이 성행하는 것으로 줄곧 비판을 받아왔던 회사였다. 이번 음성파일이 공개됨으로써 ‘갑’의 횡포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또한 이는 ‘을’들이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대리점주 10여명은 남양유업에 대항하기 위해‘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까지 구성했다. 이들은 현재 “남양유업이 전산 데이터를 조작해 제품을 강매했다”고 주장하며 고소장까지 낸 상태다. 사건의 심각함을 느낀 남양유업은 4일 대표이사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직원의 사표를 수리했다. ‘갑’의 횡포가 공공연하게 논란이 된 건 한 대기업 임원의 승무원 폭행사건이 보도되면서부터다. 지난 4월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행 대한항공 비행기 비즈니스석에 탑승한 포스코에너지의 상무 A씨는 승무원에게“밥이 설익었다”며 기내식을 바꿔오라고 요구했다. A씨는 그 뒤로도 “라면이라도 끓여오라””라면이 설익었다”등의 불평을 했고, 급기야 승무원을 폭행하기까지 이르렀다. 항공 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이 있어 이렇게 항공기 안에서 난동을 부리면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절차에 따라 처리되는 사건은 찾아보기 힘들다. 승무원은 서비스업 직원이기도 하기에 수모를 감수하고 대부분 속으로 삭이고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이렇게 넘어가는 줄 알았던 이번 사건은 사건의 전모를 소상하게 쓴 승무원의 일지가 인터넷에 퍼지게 되면서 공론화됐다. 사건이 확산되자 결국 A씨는 사직서를 냈다.
이외에도 한 제과회사 회장이 호텔직원을 폭행해 논란이 된 적도 있었다. 지난 24일 프라임베이커리의 회장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1층 현관에서 이동 주차를 요구하는 지배인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지갑 등으로 뺨을 때린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비난이 확산되자 결국 프라임베이커리는 폐업을 결정했다.
횡포를 부린 ‘갑’들에 대한 처벌은 이어지고 있지만, 여론은 아직 싸늘하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남양유업 불매 청원운동까지 일어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우리 아이 남양유업 우유 먹였던 게 너무 후회되네요”라면서 불매운동에 동참하겠다고 나섰다. 비난 여론을 의식한 가게들도 남양유업 제품을 진열대에서 빼기 시작했다. 포스코 역시 후폭풍이 거셌다. 사건이 보도된 후 포스코에너지의 모회사인 포스코의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이제 전반적으로 국민들은 더 이상 갑들의 횡포를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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