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의 유학은 부인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B씨의 회사는 자금난에 빠져 있으므로 남편의 양육비 지급은 불가능하다."(피고 측 변호인)
부인 A(42)씨와 남편 B(53)씨는 지난 2009년 이혼하며 친권자 및 양육자로 A씨를 지정하는 데 합의했다. 둘 사이에는 필리핀 국제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자녀 둘이 있다. B씨와 별거하기 전 매월 500만원을 남편으로부터 생활비로 받았던 A씨는 이혼 후 생활비가 끊기자 "교육비 지출을 감당할 수 없다"며 B씨를 상대로 양육비 4억원을 일시금으로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B씨는 양육비를 줄 수 없다고 버티는 상황이다. 이럴 때 양육비 산정은 어떻게 해야 할까.
서울가정법원 양육비위원회(회장 배인구 부장판사)는 9일 이혼 가정의 양육비 산정을 주제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에서 시민배심법정을 열었다. 양육비 산정 기준을 마련하는 데 일반 국민으로 구성된 시민배심원의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다. 이날 나온 평결은 양육비위원회가 이달 말 발표할 양육비산정기준표를 만드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시민배심원에게 주어진 이혼 가정 사례는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 AㆍB씨 가정의 경우 외에도 ▦양육하지 않는 남편이 양육비를 댈 수 없는(무자력인) 경우 ▦남편이 수입은 없되 결혼 전 형성한 재산(시가 9억5,000만원짜리 아파트)이 있는 경우 등 세 가지였다.
배심원들은 교육비 지출이 과다한 사례에 대해서는 회사를 운영하는 남편이 일시금으로 2억원을 지급하라고 만장일치 결론을 냈다. 양육하지 않는 남편이 무자력인 경우에 대해서는 6명이 무자력 남편의 양육비 지급에 찬성했으며 3명은 반대했다. 수입은 없고 재산만 있는 남편에 대해서는 자녀 한 명당 월 7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만장일치를 결정을 내렸다.
양육비위원회는 시민배심원이 내놓은 이 같은 평결 결과를 종합해 양육비산정기준표 최종안을 이르면 이달 말 내놓을 방침이다.
가정법원의 한 관계자는 "평결 결과는 일반 국민이 내놓은 의견이니만큼 이를 토대로 법 이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기준표를 작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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