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왔지만 지역경제는 활기를 찾지 못한 채 썰렁한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의 경기 침체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 곳곳에 어두운 그림자를 잔뜩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재래시장은 손님을 찾지 못해 울상을 짓는가 하면 중소기업들은 직원들 월급 주기도 힘들다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신음하는 지역경제의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전한다. ◇재래시장은 ‘한산’’=지난 9일 찾은 광주의 최대 재래시장인 대인시장. 마침 광주비엔날레 행사관련 플래카드가 곳곳에 내걸려 축제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지만 사람들의 모습을 찾기 힘들 정도로 한산했다. 명절이 코앞에 닥쳐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이 곳에서 10년째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김 모(52)씨는 “명절이 내일 모레인데 손님은 없고 이렇게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살기가 팍팍해서 가게를 정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한숨만 내쉬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문닫은 상가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시장관계자에 따르면 전체 점포의 10%인 30여개 점포가 비어 있거나 아예 물품 창고로 전락했다고 한다. 같은 날 찾은 대전 중앙시장도 입구부터 개설 60주년 사은대잔치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큼지막하게 내걸려 있지만 시장을 찾은 손님들의 모습은 쉽게 찾아 보기 힘들었다. 김태원 중앙시장 활성화구역 대표는 “추석 제수용품을 중심으로 최고 40%까지 할인행사에 들어가는 등 시장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늘지않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부산지역 재래시장도 활력을 잃기는 마찬가지. 부전마케타운 입구에서 주방기기를 파는 권모(52ㆍ여)씨는 “추석이라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시장 내 생선가게나 야채ㆍ과일 가계를 제외하면 모두 마찬가지”라며 “가게 파산이 늘어난 탓인지 중고 주방 물품들이 쏟아져 나와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부전마케타운은 추석 대목을 맞아 상품권을 발행하고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쿠폰까지 내놓았지만 영 장사가 시원치 않아 울상을 짓고 있다. ◇창원 중기는 ‘팔수록 손해’=중소기업이 대거 몰려있는 창원공단은 경기침체와 환율 급등, 원자재값 인상, 고유가 등 갖은 악재로 공장 가동마저 중단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중소기업들은 원자재값 상승으로 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방산품과 전자자동화 치공구 생산업체인 A사의 박모(56) 사장은 “과거에도 어려웠지만, 재료비와 가공비 모두에서 조금의 마진을 남겼지만 지금은 재료비는 완전히 적자”라며 “인건비 마저 올라 가공비도 생돈을 보태고 있는 실정”이라며 하소연했다.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김모(49) 사장은 “고유가 현상에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미국 자동차시장이 침체를 보이면서 수출이 여의치 않다”며 “국내 완성차 업체의 파업까지 겹쳐 납품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 ‘무너진 건설시장’=“건설업 20년만에 이번처럼 모든 원자재 품목이 한꺼번에 오른 적은 처음”이라며 “상당수 업체가 자금압박으로 고사 직전이고, 추석을 전후로 ‘악’ 소리가 날 것입니다.” 대구에서 만난 한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는 지역 건설산업의 실태를 이처럼 요약했다. 대구는 미분양 아파트가 2만 가구를 넘어서면서 대도시중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눈덩이처럼 쌓이면서 미분양을 털어내기 위한 갖가지 고육지책이 동원되고 있으나 별 효과가 없다. ‘전세 2년후 분양’, ‘입주후 잔금 유예’ 등 파격적인 분양조건이 등장하는가 하면 분양가 보다 싼 ‘할인 아파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부 시공사는 미분양에 따른 자금난으로 주택공사에 아파트를 매각하거나 임대 전환을 추진중이지만 이마저도 기존 입주자들의 반발로 간단치 않다. 대구 달서구 T아파트의 경우 최근 주공이 임대사업을 위해 미분양 아파트 매입을 추진했으나 매입가격이 지나치게 낮은데다 10년 장기임대로 전환하면서 정상가격에 아파트를 구입한 기존 입주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영욱 대구부동산경제연구원장은 “음성적으로 성행하고 있는 할인판매 시장을 없애지 않고는 분양시장을 되살릴 수 없다”며 아파트 공동구매를 통한 공급자와 구매자간 직거래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대전 ‘서비스업도 위기’=80%를 넘는 3차 산업이 지역경제를 선도하는 대전. 그간 연구단지와 공공기관이 집적돼 있어 3차 산업을 중심으로 대전경제가 유지돼 왔는데 최근의 경제위기는 대전경제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소규모 음식점 등 중소 상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며 이들의 하소연은 더욱 커지고만 있다. 최근 대전시 서구 둔산동 A오피스텔 100여평을 임대해 식당을 개업한 김모씨(45)는 “주변에 공공기관과 금융기관들이 모여있어 자신감이 있었는데 뜻밖에 어려움이 많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음식업중앙회 대전시지회 박선규(47) 총무부장은 “지난 2004~2006년의 경우 연간 신규음식점 개업수가 6,000여개에 달했으나 지난해 4,200여개로 줄어드는 등 음식점 개업에 따른 메리트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며 “대전시지회 등록업체 1만8,000여개중 현재 1만3,000여개만 영업중으로 상당수 음식점들이 문을 닫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대 무역학과 박종찬 교수는 “지금의 상태에서 지방경제가 발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제시됐던 각종 사업들이 조속히 이행돼야 하며 정부가 하루빨리 지방을 발전시킬 로드맵을 확실하게 제시하고 실행하는 것만이 지방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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