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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에 속도를 내기 위해 대규모 외화 보따리를 푼다. 또 파키스탄과의 대규모 경제협력으로 해상 실크로드의 주요 전략 중 하나인 '진주 목걸이' 전략 완성에 한발 다가섰다.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재원과 거점을 확보하며 가속을 붙이는 셈이다.
21일 중국 경제전문 주간지 차이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인민은행이 외환보유액 620억달러(약 67조2,000억원)를 중국개발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신탁대출 형태로 할당해 일대일로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중국 재정부가 중국농업발전은행에도 일대일로 관련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개발은행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정책은행들이 일대일로를 지원하려면 안정적인 외화자금이 필요하다"면서 "3조7,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대일로에 대한 구체적인 자금지원 정책이 전해진 가운데 중국은 전일 파키스탄과 경제협력을 체결하며 해상 실크로드의 주요 전략 중 하나인 진주 목걸이에 또 하나의 진주를 꿰었다. 진주 목걸이 전략은 서남아시아 일대 항만거점 확보를 위한 일대일로의 해상 실크로드 구축 방안으로 미얀마·방글라데시·스리랑카·몰디브·파키스탄 등으로 해상거점이 연결돼 중동산 석유 수송로인 동시에 중국의 서남아시아 안보벨트이기도 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문으로 성사된 파키스탄과의 경제협력은 일단 규모 면에서 파격적이다. 중국이 동남아시아·남아메리카·아프리카 등과 전략적 경제협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단일국가에 대한 460억달러 투자는 최대 규모다. 그만큼 중국이 파키스탄을 기반으로 한 서남아 해상 거점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파키스탄 간 경제협력의 핵심은 호르무즈 해협에 근접한 과다르항에서 중국 신장자치구 카스까지 3,000㎞를 연결하는 중·파키스탄 경제회랑 구축이다. 파키스탄 과다르항에 도착한 원유를 중국까지 운송하기 위한 가스관과 철도·도로 등 육로 구축이 경협의 핵심 내용이다. 경제회랑 출발점인 과다르항은 중동과 중남아시아 사이의 전략적 요충지로 세계로 수송되는 원유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근접해 있다. 중국은 이번 시 주석의 방문을 통해 과다르항 40년 운영권 확보를 공식화했다. 카스는 중국이 구상하는 육상 실크로드의 거점도시로 사업이 마무리되면 해상 실크로드와 육상 실크로드의 연결고리가 완성된다.
FT는 중국이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안전한 에너지 수송로 확보인 만큼 파키스탄과의 경제협력을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가시화되는 첫 단추로 분석했다. 중국은 이미 스리랑카에서도 콜롬보 항구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고 방글라데시·캄보디아·몰디브·예멘 등에서도 항만 개발 등을 통해 남아시아·아프리카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과다르항 운영을 시작으로 해상 실크로드 건설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중국의 이 같은 전략에 미국·일본 등은 경계감을 나타내며 경제와 안보 위협을 동시에 느끼는 인도를 앞세워 진주 목걸이를 끊어놓으려 하고 있다. 지난 2월 인도는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신임 스리랑카 대통령을 초청해 원자력 협력협정을 체결했다. 스리랑카의 고질적인 전력난 해소에 인도가 도움을 주겠다고 손을 내밀며 친중 정책을 취하고 있는 스리랑카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스리랑카 새 정부도 중국의 군사적 행동이 지역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친중 정책을 수정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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