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실태조사를 감안한 수정인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처방인가.’ 정부의 주택공급계획 수정 방침을 두고 정부와 업계ㆍ학계 등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이번 중장기 주택공급계획 수정에 대해 인구변화 등을 감안한 단순한 수정 작업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와 학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수정 작업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쏟아진 각종 부동산규제책으로 시장이 급속 냉각되자 서둘러 이를 반영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참여정부 스스로 10년 앞을 내다보고 세운 중장기 주택공급대책이 수십 차례의 부동산투기억제대책으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 말에 확정될 수정안에는 민간 공급 축소에 따른 공공 부문의 주택공급 확대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공급을 축소시킨다는 업계와 전문가들의 그동안의 지적을 인정하는 셈이어서 주목된다. ◇수정이 예견된 중장기 주택공급계획=건교부 측은 이번 중장기 주택공급계획 수정은 인구증가와 지난 5월 집계한 주거실태조사 등을 감안한 ‘단순한 업데이트 수준’의 수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체 인구변화와 주거환경 등을 감안해 보다 충실한 중장기 공급계획을 내놓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중장기 주택공급 계획의 변경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각종 부동산규제정책으로 인해 참여정부 출범 초기에 내놓은 주택공급계획을 추진하기에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와 공영개발 방식의 주택 공급 확대, 재건축 규제로 인한 강남권 신규 공급 중단 등으로 주택공급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박사는 “정부가 부동산 가격 급등을 겨냥해 내놓은 각종 규제로는 참여정부 출범 초기에 내놓은 계획을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며 “인구변동 등 상황변화에 따른 수정은 환영할 일이지만 규제강화를 감안해 장기적인 주택공급계획까지 수정하는 것은 각종 규제가 주택공급에 마이너스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점을 반증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내용을 담을까=정부의 수정 장기주택공급계획안은 수도권으로 확대되는 지방의 대량 미분양 사태를 감안, 지방 공급 물량 축소와 수도권 공급 확대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또 분양가 상한제 실시 등으로 민간업체의 공급이 차질이 불가피한 만큼 공공 부문의 주택공급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각종 규제로 인해 주택공급 부족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번 수정 계획은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는 지방 공급 물량을 줄이면서 당초 계획보다 축소한 물량을 수도권으로 확대해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공공 부문의 공급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시장의 조정자로서가 아니라 참여자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수도권의 경우 민간과 공공의 주택공급 비율이 53대47이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전면 실시될 경우 민간 부문의 주택공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토지가격을 시장가격이 아닌 감정가로 책정하는 상황에서 민간 업체 입장에선 수익성이 한정된다”며 “정부의 이번 수정안은 연간 주택공급계획을 충족시키기 위해 공공 부문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가격 급등 재연 가능성도=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자칫 부동산 가격 급등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민간 부문의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단순히 공공 부문의 공급확대로 주택공급 차질 현상을 단기간에 해소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실제 중장기 주택종합계획은 전반기(2003~2007년)에 연평균 52만가구(공공 부문은 55%)를 공급할 방침이었지만 실제 공급된 물량은 연평균 50만2,000가구에 불과했다. 더욱이 공공 부문 공급 계획이 지난 10년 동안 당초 목표의 70~75% 수준에 그쳤다는 점도 공공 부문의 주택공급 확대에 대한 의구심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주택 관련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연초 당해 연도 공공 부문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하지만 연말에 가서는 이러저러한 이유를 들며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지난 10년 동안 공공 부문 공급이 해당 연도 연초 목표의 70~75%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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