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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소재 이좡(亦庄) 경제기술개발구에 자리잡은 LG 편광판 공장인 러진화쉐셴스치차이랴오(乐金化学显示器材料)유한공사. 이곳에서는 중국에 무섭게 일고 있는 8세대 액정표시장치(LCD) 수요를 맞추느라 생산라인이 쉴 새 없이 가동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LCD 시장이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이 회사는 2년 전 40% 수준이던 공장 가동률이 올해부터 100%로 늘어나며 올 매출이 전년보다 40% 늘어난 1,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편광판은 LCD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다. 편광판은 TVㆍ컴퓨터 등 전방 정보기술(IT) 산업의 치열한 경쟁 구도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도 한발 앞서는 기술력으로 IT 부품ㆍ소재 시장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LG 제품군 가운데 하나다. 중국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지난 2004년 TFT-LCD용 편광판 공장을 난징에 설립하는 등 발 빠른 투자에 나선 덕에 LG의 중국시장 편광판 점유율은 현재 51%의 압도적 수위를 달리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도 28%로 단연 1위다.
베이징 소재 LG 편광판 생산법인의 김성호 법인장은 "지난해 자동화 설비 도입으로 생산성이 대폭 향상됐다"며 "6월에는 중국 LCD업체인 BOE가 3D TV에 들어가는 편광안경방식(FPR) LCD 양산에 나섬으로써 매출이 더욱 호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완제품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는 낯설지만 멀리 내다보고 부단히 연구개발(R&D)에 나선 결과 LG 제품군들은 소리 없이 중국 시장을 석권하며 살아 숨쉬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FPR 3D 제품은 2011년 중국 시장 출시 이후 4개월이라는 단기간에 50%라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달성해 중국 3D TV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FPR는 기존의 SG(Shutter Glasses) 방식보다 밝고 선명한 영상을 구현할 뿐 아니라 착용 안경도 가볍고 편리하다는 현지 평가를 받고 있다. 가전업체와 소비자의 호평은 수직 상승하는 시장 점유율에서 그대로 확인됐다. 출시 초기인 2011년 1월 5%이던 3D TV 내 점유율은 2월 8%, 3월 36%, 4월 45%로 급증하더니 6월에는 54%로 절반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3D 시장의 발전을 가져온 공로를 인정 받아 2011년 공업신식화부가 주최한 '중국 디지털 TV 산업발전 포럼'에서 '2011 3D 시장 엑셀런트 퍼포먼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95년 국내 화학업계 최초로 톈진에 PVC 생산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7년 PVC 원료인 VCM 공장을 준공하는 등 수직계열화를 탄탄하게 구축해온 석유화학 부문도 LG의 중국사업을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LG화학 전체 매출의 40%가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을 정도로 중국은 이미 가장 중요한 전략 시장으로 부상했다. 처음부터 내수시장을 타깃으로 진출한 석유화학 부문은 중국이 수출 주도에서 내수 중심으로의 성장 방식 전환을 추진하면서 더욱 성장잠재력이 커지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김광중 LG화학 중국 대표는 "중국 토종업체의 추격으로 이제 석유화학 부문도 범용 제품을 공급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보다 차별화한 제품으로 중국시장을 파고들겠다"고 말했다.
LG는 이제 중국에서 더 큰 결실을 얻기 위해 과감하고 발 빠른 투자에 나서고 있다. 5월 광둥성 광저우에서 가진 8.5세대 LCD 기공식이 대표적 예다. 기존의 후공정 공장이 아니라 핵심 공정인 패널을 만드는 전공정이 들어서는 이번 투자는 40억달러가 들어가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FPR 3D 출시 이후 세계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LG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LCD 기공식에 참석한 장샤오창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은 "광저우 LG 디스플레이 8.5세대 패널 기공식은 광둥성의 전자 산업 발전은 물론 더 나아가 중국의 전략적 목표인 신흥산업 발전을 견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신흥전략산업으로 사활을 걸고 육성하고 있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도 LG가 신수종 사업으로 매진하고 있는 분야다. LG는 2009년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미국 GM사의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등 대용량 배터리 기술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 받아왔다. 이를 바탕으로 2010년에는 중국 굴지 자동차업체인 장안기차 계열사인 장안신에너지기차와 배터리 분야의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 본격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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