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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말의 정치' 외치는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의 새해 화두는 ‘말의 정치’다. 지난 연말 “할 말은 하겠다”고 외쳤던 노 대통령은 지난 2일 공개된 정책기획위원회 위원들과의 오찬석상에서는 “(사회와) 말귀가 통하지 않는다. 날더러 말을 줄이라고 한다면 합당한 요구가 아니다”고 강변했다. 이어 열린 3일 국무회의. 노 대통령은 이날 “앞으로 매번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겠다”며 국무회의를 의사소통의 창구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기 중단 시사 발언으로 대표되듯 최근 국무회의 때마다 ‘사고’를 치고는 했던 대통령의 모습을 떠올린 탓인지 국민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화요일(국무회의 개최일) 공포’가 생기겠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노 대통령의 설명처럼 선진국에서는 ‘말’로 성공한 대통령들이 없지 않다. ‘말의 달인’ ‘언어의 마술사’라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그랬고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말로 파트너십을 구축한 대표적 인물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 그들의 발언은 유창하면서도 균형과 절제의 미덕을 갖췄고 언론과 국민은 이를 이해해줬다. 노 대통령은 선진국의 그런 문화가 내심 부러웠겠지만 클린턴과 노 대통령의 말에는 차이가 있다. 이성보다 ‘책상을 치며’ 흥분하는 대통령의 발언을 국민은 이미 막말로 치부하고 이해보다는 반발, 나아가 희화화하는 현실은 분명 대통령 본인이 자초한 것이다. “재벌 총수가 구속되면 재미 보는 것은 언론”이라며 도덕성을 흔들면서 소통의 정치를 찾고 진정성을 알아주기를 원한다면 어불성설이 아닐까. 남은 임기는 이제 1년여. 국민은 지금 4% 성장률과 연간 신규 일자리 30만개도 안되는 초라한 성적을 냈으면서도 ‘말의 정치’를 외치는 대통령, 그리고 이것이 새로운 반목과 정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 지쳐 있다. 국민이 원하는 지도자는 말싸움에서 이겨 존재가치를 과시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취임 초 했던 약속을 차분히 점검해보고 최대한 지키는 사람이다. 4년 동안 추락한 인기를 ‘말’로 만회하는 데 잃어버린 시간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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