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중심으로 경제민주화 논쟁이 뜨겁다. 경제민주화 법안만 통과되면 사회의 모든 문제가 단번에 해결될 것 같은 분위기다. 마치 경제민주화가 만병통치약이 된 것 같다. 그러나 최근 논의되는 법안들을 보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심지어 경제민주화의 보호대상이라는 중소기업들조차 우려를 표명했을 정도다. 한 설문조사 결과, 중소기업의 약 65%가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해 과도하거나 재고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약 43%는 중소기업도 피해를 본다고 답했다고 한다.
경제민주화를 언급하고 있는 헌법 제119조 제2항은 국가가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추구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어려운 사람을 '지원'해 그들의 성공과 성장을 도와주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앞서가는 사람을 '규제'해 그들의 성공과 성장을 나누는 것이다. 당연히 바람직한 방향은 '지원'이다. 규제는 계층 간 갈등을 조장하고 사회를 하향평준화 시킬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제민주화 논의는 어떤 모습일까.
우선 민생과 직결된 일자리 문제를 보자. 근로시간 단축 등 논의되는 정책은 새로운 일자리 '만들기'가 아니라 기존의 일자리 '나누기'위주인 것 같다. 그러나 기존 일자리를 쪼갠다고 양질의 일자리가 되지 않고 오래 지속되기도 어렵다. 그보다는 기존 산업을 키우고 새로운 사업을 창출해야 좋은 일자리가 계속 만들어진다. 회사의 사업기회도 마찬가지다. 단지 회사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사업기회를 일감 몰아주기라는 이름으로 규제하기보다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 일감을 '늘리는'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골목상권 보호정책도 '나누기'규제다. 새로운 업종과 상권을 만들어 서민 소득을 늘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의 업종과 상권 쪼개기에 불과해 소득증대 및 일자리 창출이라는 성과를 이루기 어렵다. 실제 지난 1년간 대형마트 강제휴무를 시행한 결과 재래시장의 매출증가에 큰 효과는 없고 오히려 대형마트와 거래하는 중소납품업체와 농어민의 어려움만 키웠다는 조사가 있다. 나누기에 몰입하다 보니 효과는 별로 없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 꼴이 된 것이다.
학교에서 학생들 간의 성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 상위권 학생들의 점수를 깎아내리기는 쉽다. 일정 점수이상 못 받게 하거나 일부 과목의 시험을 제한하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학생들 간의 격차를 줄였다 한들 그 누구도 행복해지지 않는다. 우수한 인재는 사라지고 학교 전체의 평균점수만 낮아질 뿐이다.
반대로 시간과 노력이 걸릴지라도 하위권 학생들을 잘 키우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우리 국민들의 소득격차가 개선된 것은 지난 50년의 역사가 증명하듯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만들기에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올바른 경제민주화는 특정 계층에 대한 '규제'보다 우리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원'정책에 있다. 약효도 없는 만병통치약보다 모두를 건강하게 하는 영양제가 바람직한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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