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티의 논리전개에 앞장서 의문을 제기한 것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다. FT는 "(그의 책에서) 원래 자료를 잘못 인용했거나 부정확한 분석법을 적용한 사례를 발견했다"면서 1970년 미국 1% 부유층의 자산규모를 임의로 수정한 사실을 예로 들었다. 1920년 스웨덴의 상위 1% 부유층을 다루면서 1908년도 수치를 인용한 것도 그 중 하나다.
피케티는 약 300년간 20여개국의 경제성장률과 세금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면 설령 몇 군데서 오류가 발견됐다 해도 지엽말단적인 지적이 아닌가 싶다. 뉴욕타임스(NYT)나 이코노미스트 등이 몇 가지 오류가 있지만 이로써 전체 흐름을 왜곡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히려 피케티 논리의 타당성에 대한 의문은 다른 영역에서 찾는 게 마땅하다.
당장 두 가지 점에서 그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우선 분석 대상을 미국과 유럽으로 좁히는 바람에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20세기 후반 들어 자본주의는 전세계, 특히 중국·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개도국에서 수억명의 인구를 절대빈곤에서 탈출시킨 한편 지금도 엄청난 규모의 신흥 중산층을 탄생시키고 있다. 부의 재분배라는 측면에서 글로벌 자본축적이 이뤄낸 기적적인 성과다.
둘째로 제언 부분이다. 피케티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부의 불평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함께 소득상위 1%의 부자들에게 80%의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자본수익률의 구체적인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명이 없는데다, 예를 들어 기업경영이나 주식수익률은 엄청난 리스크를 동반한다는 기초적 사실마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령 80%의 부유세를 부과하려 해도 공공 부문의 팽창이나 투자위축·조세피난 등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성공한 계급의 지지 없이는 어떤 정부도 경제침체와 정치적 불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피케티는 그에 대한 해결책도 함께 내놓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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