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9일 한글날이 23년만에 공휴일로 재지정되면서 한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인에게 한글은 단순히 한국어를 기록하는 문자체계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글은 찬란했던 전통왕조 15세기 조선 문화의 상징이며 민족적 자긍심의 원천이다. 하지만 우리가 한글, 혹은 이것의 옛 이름인 훈민정음에 대해 아는 것은 과연 얼마나 될까.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로 시작되는 '훈민정음' 서문의 몇 구절과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자라는 인식 정도가 아닐까. 수십년간 훈민정음 연구에 앞장서 온 서울대 김주원 교수가 '우리가 훈민정음에 대해 꼭 알아야 할 것'들을 담은 이 책 '훈민정음:사진과 기록으로 읽는 한글의 역사'를 펴냈다. 그는 한글의 우수성만을 내세운 부실한 학교 교육이 한글에 대한 심각한 몰이해를 낳았다면서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이 책에서 집중적으로 제시했다.
훈민정음에 대한 학계의 학문적인 연구는 지난 1940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훈민정음'의 원본이 최초로 발견된 후 여러 가지 연구성과들로 축적됐다. 물론 훈민정음 창제의 주체나 동기 등에 대해서는 아직도 다양한 이견들이 존재하지만 학자들 사이에 어느 정도 합의된 지식이 자리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민정음 또는 한글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도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지금까지 출간된 책들이 대부분 전문적인 용어에 집착하며 학문적인 성과 올리기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단순히 연구성과들을 나열하기 보다 훈민정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독자들이 실제로 궁금해할 내용들을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
먼저 한글에 대한 세가지 오해 즉 '세종대왕은 우리말을 발명했다?''한글은 세계기록유산이다?''한글로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다?'를 통해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과 과장들을 걷어냈다.
또 '세종실록'을 비롯한 풍부한 사료들을 바탕으로 한글 창제의 주체가 세종임을 밝히고 세종이 무슨 이유로 어떤 과정을 거쳐 한글을 창제했는지 선명하게 드러냈다. 특히 당시 세종이 참고했을 법한 문헌들을 하나하나 분석해 그것들이 한글 창제에 미친 영향을 살핀 것은 저자의 학문적 엄밀성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외교 문제와 세종이 추구했을 이상적인 통치관에 대한 내용을 더해 독자들이 직접 한글창제를 둘러싼 맥락을 종합적으로 그려볼 수 있도록 했다. 값 1만8,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