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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기업 저격수에게 귀 기울인 삼성의 선택

'대기업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이 삼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 앞에서 강연을 했다. 도중에 지배구조와 경영방식에 대해 쓴소리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요청한 삼성 측 역시 "마음껏 해달라"는 말 외에는 아무런 조건도 내걸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듣기 편한 얘기가 나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비판을 경청하려는 모습에서 삼성이 괜히 국내 최고 기업이 된 게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된다. 이번 강연이 사회적 소통과 상호이해를 위한 작은 기폭제가 되기 바란다.

우리 사회는 최근 곳곳에서 분출하는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계속되는 일자리 부족은 세대 간 불협화음으로 퍼졌고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갈수록 첨예해져 평범한 시민을 살인자로 바꿔놓기까지 했다. 노사 역시 통상임금ㆍ정년연장ㆍ노동시간 같은 현안에서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대치하고 있다. 어디 이뿐이랴. 일부의 삐뚤어진 행동으로 촉발된 갑을 논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대칭으로 갈라놓았다. 온통 '내 것'만 날뛰며 '갈등공화국'이라는 표현이 모자랄 지경이다.

상생과 화합을 모색하는 일부 시도가 있기는 하다. 대기업과 협력업체 사이에 공생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오너의 사재출연이 잇따르는 게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이러한 결정이 외부와 단절된 채 혼자만의 결정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외부 인물에게 강연을 듣는 삼성의 열린 마음이 신선하게 보이는 이유다.



이제는 다른 주체들이 동참할 때다. 삼성이 했다면 다른 이들도 할 수 있다. 기업이건 노조건, 여든 야든 문을 열고 소통하는 데 박수 치지 않을 국민은 없다. 서로 신뢰하고 협력한다면 우리 사회와 경제는 그 무엇과도 비교하지 못할 든든한 버팀목을 갖게 될 것이다. 이것만이 현재 직면한 대립과 갈등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유일한 열쇠다. 제2의 김상조가 또 다른 기업에서 강연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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