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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들에게 포장마차만큼 사랑받는 장소가 편의점 파라솔이 아닐까요. 거기다 요즘 같은 무더위엔 간단하게 한잔 걸칠 장소로 딱이죠” 직장인 노영열(28)씨
“술 종류도 다양하고 먹을거리도 많은데다 가격도 저렴해 웬만한 술집보다 낫죠. 편의점 파라솔은 동네 친구들과 아지트 같이 애용하고 있습니다”대학생 홍태의(25)씨
13일 서울시 구로구의 한 편의점 앞에 설치된 파라솔. 그 위에는 맥주와 술안주를 홍보하는 전단지로 가득했다. 파라솔은 보행자들을 위해 마련된 인도 위에 설치돼 있었고, 파라솔 숫자도 세 개에 달했다. 근처 편의점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거리 위로 땅거미가 지자 편의점 불빛을 향해 애주가들이 불나방처럼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편의점 파라솔 1개에서 발생하는 하루 매출은 7~10만원. 3개의 파라솔을 설치할 경우 하루 최대 30만원의 매출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와 사실상 노점상과 다를 바 없다. 해당 편의점 직원은 “대부분의 파라솔 이용 손님은 저녁시간 때 술과 간단한 안주를 찾는 고객”이라며 “맥주와 안주 전단지를 파라솔에 붙인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편의점 파라솔이 여름 고객몰이에 한몫하자 업계가 파라솔을 새로운 영업형태로 악용하고 있다. 고객의 쉼터 정도로 쓰였던 파라솔을 이젠 여름 장사를 좌지우지할 노점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파라솔에서 이뤄지는 음주 등의 행위는 대부분 불법이지만, 편의점 업계에선 일명 ‘파라솔 효과’라고 까지 부르며 영업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업계는 편의점 파라솔이 유동인구의 이용률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객들의 체류 시간을 늘려 구매빈도를 증대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대기업 편의점들이 새롭게 편의점을 오픈할 때마다 출점 보고서에 반드시 파라솔 설치 유무를 체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음주가 허용되지 않는 편의점이 영업이익에 급급해 암묵적으로 고객들의 음주를 용인한다는 데 있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휴게음식점영업인 편의점은 컵라면이나 간편조리 음식을 제외한 것들을 섭취할 수 없다. 또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주폭’ 척결을 위해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금지하자는 사회적 통념과도 맞지 않다.
◇ “좀, 지나갈게요”
보행자를 밀어내고 인도 위를 차지하고 있는 파라솔을 피해 보행하던 한 시민이 양해를 구하며 지나갔다. “저기 테이블하고 바닥 좀 치우셔야 겠는데…”
편의점을 찾은 손님 하나가 파라솔 밑에 어지러진 음식물을 밟은 뒤, 편의점 직원에게 다가가 하소연 했다.
편의점 파라솔 대부분은 해당 구청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설치돼 단속 대상이다. 무단으로 도로와 인도를 점용해 테이블 등을 설치할 경우 도로교통법에 의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되지만, 거의 적발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적발돼도 대부분 시정명령에 그치고 있다.
◇ “거참, 지금이 몇 시 입니까? 조용히 좀 드세요”
주거단지 내 입점한 편의점 손님들의 소음으로 참다못한 이웃주민 하나가 소리를 질렀다. 밤이 깊어지자 취기가 오른 손님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사소한 말다툼도 오갔고 간혹 경찰이 출동해야 진정될 정도의 상황도 발생한다. 여느 술집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파라솔 영업 행태는 고스란히 시민의 불편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파라솔의 이용 고객이 대부분 술을 찾는 손님이라 소음과 시비로 인한 관련 민원이 지구대에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단속은 관할 구청에서 맡고 있어 경찰이 출동해도 사건을 중재하는 정도만 가능한 상황이다.
최근 아파트 단지 내 편의점 파라솔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김모(54)씨는 “여름 더위를 피해 편의점 파라솔에 앉아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로 인한 소음 때문에 저녁에 잠을 잘 수가 없는 정도”라며 “단지 사람들이 나서 편의점 업주를 찾아가 양해를 구했지만, 파라솔 영업은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진=서울의 한 편의점 앞에 설치된 파라솔 위에 할인 행사 상품을 알리는 전단지가 가득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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