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출범해 막바지 논의를 벌이고 있는 정책금융 태스크포스(TF)에 참여 중인 한 인사는 최근 기자를 만나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이쯤 되면 열매를 맺어야 할 정책금융 재편 논의가 이처럼 겉돌고 있는 이유는 왜일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10일 열린 TF 회의를 보면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가 있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TF 참석자들에게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통합하는 내용의 대내금융 정책 개편안을 공개했다.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역진방지 조항과 국제결제은행(BIS) 비율하락 문제 때문에 통합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10일 회의 전까지도 통합 대신 협의체 신설을 통해 업무 중복을 줄여나가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한순간에 테이블 아래로 내려갔다. 당국이 관련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의중을 확인하고 통합론이 재부상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실제 이날 회의에서 금융위는 책 두 권 분량의 개편안을 참석자에게 돌린 후 두 시간여 만에 회수해갔다. 그리고 토론을 벌였다. 내용이 외부에 유출될 것을 염려한 당국이 TF 위원의 입단속에만 신경을 썼으니 애당초 심도 있는 논의는 불가능했다. 두 기관을 합치면 왜 BIS 비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지, 통합 후 기관 운영방향은 어떻게 가져갈지, 역진 위배 가능성은 왜 낮은지에 대한 내용을 그 짧은 시간에 숙지할 위원이 얼마나 될까.
대외금융을 수출입은행으로 일원화한다는 논의도 마찬가지다. 회의에서 대외금융의 수은 일원화 방침이 청와대 아이디어라는 말이 전해지면서 안건으로 상정 자체가 되지 않았다. TF의 한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부처 간 설전 때문에 회의장에 긴장감이 팽팽했다”면서 “이런 분위기에서 중ㆍ장기적인 정책금융기관 방향에 대한 얘기를 어떻게 꺼내느냐”고 전했다.
정책금융 TF는 정책금융기관 업무 중복에 따른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출범했다. 하지만 청와대 입김이 세지고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TF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지고 있다. TF를 구색 맞추기용으로 생각할 바에야 뭐 하러 비싼 돈을 들여 조직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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