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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역 '고금리 후폭풍' 몰아치나

ECB 이어 스웨덴·덴마크도 금리 0.25%P씩 인상<br>기업 투자 얼어붙어 경기하강·고용악화 가능성<br>주택산업 비중높은 스페인·아일랜드 특히 타격<br>"경제 기초체력만 빼앗는 자충수 될수도" 우려


유럽중앙은행(ECB)과 스웨덴ㆍ덴마크 등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유럽 전역에 고금리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칠 조짐이다. 원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겹친 고금리 부담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동결해 경기하강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소비자들도 자꾸만 높아지는 금리 탓에 이자 갚기가 버거운 지경으로 내몰리면서 일자리 부족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물가를 잡기 위한 ECB 등의 금리인상 카드가 자칫 유럽경제의 기초체력만 빼앗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 지난 10년간 저금리로 인해 막대한 자산 버블을 누려왔던 스페인과 아일랜드가 이번 유로권 금리인상 조치의 직접적인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3일(현지시간) ECB는 기준금리를 4%에서 4.25%로 인상했으며 스웨덴과 덴마크 중앙은행도 정책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한 4.50%, 4.60%로 결정했다. 스페인과 아일랜드는 주택산업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유럽연합(EU) 평균의 2배 수준인 10%나 돼 기준금리 인상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ECB의 금리인상 소식은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유리보(유로표시 런던은행간 대출금리)의 추가 상승을 가져와 주택경기를 더욱 침체시키고 가처분소득 감소와 기업 실적 악화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리보는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지난 6월5일 이후 벌써 0.30% 오르는 등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스페인의 경우 모기지 대출을 받은 주택 소유자 가운데 변동금리 가입자가 98%나 돼 기준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주택 버블이 꺼지고 이자비용은 높아져 수요가 감소하면서 주택 판매가 당연히 줄고 있다. 3월 스페인의 주택 착공실적은 전년동기보다 70% 급감했고 아일랜드도 60% 줄었다. 세계적인 부동산회사인 CBRE의 가이 홀리스 이사는 “부동산 거래의 씨가 말라가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이 계속되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실토했다. ECB의 기준금리 인상이 유가상승을 부추겨 물가를 다시 끌어올리는 연쇄적인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로존과 미국의 금리격차가 종전 2%에서 2.5%로 늘어남에 따라 달러가치 하락→유가상승→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번 ECB의 조치에서 트리셰 총재가 추가 금리인상에는 신중한 입장을 밝힌 점은 달러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막아 향후 유가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공격설 등 원유의 공급 차질 가능성으로 유가 상승세가 좀체 꺾이지 않을 경우 고유가발 인플레이션도 잡지 못한 채 경기만 죽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미국 정책당국이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침체기류가 뚜렷한 경기의 하강세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이런 우려감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크 카이유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이코노미스트는 “ECB의 금리인상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유로존 성장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스페인과 이탈리아ㆍ아일랜드 등 유럽의 변방 국가들이 고물가-고금리 시대의 첫번째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리셰 총재도 이날 금리인상을 발표하면서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 경제에 맞는 해법일지라도 그것이 곧바로 매사추세츠와 알래스카에서도 최적의 해법이 될 수는 없다”며 일부 국가들이 이번 금리인상으로 어려움에 처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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