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문 대표의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에서 정 최고위원이 ‘최고위원 출석 금지’라는 최고위원들의 권고와 협의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그동안 정 최고위원의 출당을 요구한 비노계 일각에서는 문 대표의 직무 정치 조치에 일단 수위가 약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일단 문 대표를 향한 비판에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문 대표는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정청래 최고위원의 최고위원회 출석을 정지시키겠다”면서 “윤리 심판원에 회부된 건(징계안)에 대해서는 당헌·당규에 따라 원칙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 최고위원은 분명한 자숙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본인도 자숙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동의를 했었는데 스스로 밝힌 자숙의 내용이 미진하다고 생각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표의 이 같은 결정은 최고위원회가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에 비공개 사전 회의를 열고 정 최고위원의 최고위원 출석 금지 권고와 합의를 이뤘지만 정 최고위원이 이 권고에 반대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강경 대응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최고위원이 앞서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최고위원회의에는 참석을 하지만 발언을 하지 않으면서 자숙할 생각”이라며 “직무정지는 아니고 자숙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말한 것이 화근으로 작용한 셈이다.
유은혜 대변인은 이와 관련 “어제와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합의한 내용은 (정 최고위원의) 발언 자제가 아니라 최고위원회 참석을 하지 않고 정치적 발언이나 공개적 발언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최고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묵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문 대표가) 자숙의 의미가 미흡하다고 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상의 직무정지다.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고 무기한이다”며 “(정 최고위원이) 나가면서 발언을 그렇게 했기 때문에 원점으로 돌려놓고 문제와 우려를 해결하고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본인이 부정한 것이라고 해석한 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표의 조치에 정 최고위원도 고개를 숙였다. 그는 문 대표 기자회견 직후 문자 메시지를 통해 “지금 어떤 선택이 당의 화합과 단결을 위해서 보탬이 될 것인지, 또 어떤 선택이 당의 부담을 덜 수 있을지 고심했다”며 “당의 결정을 존중한다. 당분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고 자숙하겠다는 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승복했다.
그러나 비노계 안팎에서는 미흡하다는 기류가 역력하다. 동교동계의 전 의원은 “대표의 현명한 판단이겠지만 그 정도로 되겠나”라며 “정청래 최고위원을 직무 정지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비노계의 한 의원은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발언 문제에 포커스를 맞추고 그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패권 정치의 청산이 본질이다”고 여전히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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