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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도 인정하는 경기침체의 심각성
입력2004-10-12 16:44:16
수정
2004.10.12 16:44:16
낙관론을 펴오던 정부가 경기침체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나서 앞으로 정책대응이 주목된다. 국정감사에서 이헌재 부총리가 처음으로 내년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4%대의 성장률을 예측한 적은 있으나 정부 고위 정책당국자가 이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대다수 전문가들과는 달리 줄곧 5%대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해온 기존의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선 것이다.
한때 “겨울이 지나고 있는데 왜 난로를 구입하고 있느냐” 던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도 “(경제사정이) 정부의 경기대책이 필요할 정도로 나쁘다”며 경기낙관론을 거두었다. 유가급등과 내수침체에 따른 심각한 경기침체의 실상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정책당국의 경제인식의 변화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경기의 실체를 정확히 알아야 올바른 대책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 국감에서 현재의 경제가 위기상황이라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그러나 경제위기의 해법에 대한 정부ㆍ여당의 입장을 보면 아직도 경제실상에 대한 진단과 인식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인상을 준다.
우선 정부ㆍ여당은 반시장적 정책이 경제위기의 주범이라는 야당의 공격에 대해 반시장정책을 편적이 없고 현재의 정책은 미국 민주당 케리후보 보다 더 보수적이라고 반박했다. 사실 그 동안의 경제정책을 반시장적이라고 단정하기는 무리가 적지 않다.
이 위원장이 대표적인 분배정책이라고 한 10ㆍ29 부동산대책도 부동산시장의 투기를 막고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킴으로써 시장원리가 작동하도록 한다면 오히려 시장 친화적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아파트 원가공개, 출자총액제도 유지, 소비자 주권과 공급자의 자율을 무시하는 교육정책 등 일부 정책은 시장원리에서 벗어났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ㆍ여당이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이 같은 반시장적 이미지가 불확실성을 높여 투자의욕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먹고 살기도 힘든 데 과거사 청산ㆍ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밀어붙여 정치불안을 증폭 시키고 있는 것이 경제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는 여론도 마냥 무시할 일이 아니다. 경제가 회복되려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고 수출도 지속적으로 호조를 보여야 한다. 해외경기에 의존하는 수출에 적신호가 켜진 만큼 국내의 소비와 투자의욕 제고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정부가 경기침체의 심각성을 인정한 이상 야당의 주장을 이념공세라고 치부하지말고 시장친화적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도록 시장원리를 존중하고 고양시키는 다양한 대책이 나와 실행돼야 한다. 경제위기라는 인식변화에 걸 맞는 정책변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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