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16에서 흑21까지는 당연히 이렇게 되는 곳이다. 여기서 흑의 진로는 확연하게 되었다. 외세 바둑의 기틀이 갖추어진 것이다. 백22는 시급한 걸침. 이 수를 게을리했다가 이 방면을 흑이 선착하게 되면 우상귀 일대의 흑진이 걷잡을 수 없이 부풀게 될 것이다. 백22를 보자 이세돌은 모처럼 시간을 썼다. "귀를 지키지는 않을 겁니다."(한종진7단) 우상귀를 참고도1의 흑1로 지키는 수. 부분적으로 상당히 유력하지만 백이 2로 지키는 자세가 너무 좋아서 흑의 불만이다. 그렇다면 협공을 해야 마땅한데 어떤 식으로 협공하느냐를 놓고 고민하는 것이었다. 제일감은 참고도2의 흑1, 3인데 백은 2, 4로 붙이고 10까지 수습하게 될 공산이 크다. 장고 8분만에 이세돌은 실전보의 흑23을 두었다. "외세를 더 마련해놓고 나서 더 맹렬하게 공격을 할 작정이군요."(윤현석9단) 백24로는 일단 이렇게 올라서야 한다. 이 수로 그냥 25의 자리에 받아주는 것은 그 자체로 활용당한 꼴이다. 백28도 일단 이렇게 빳빳하게 버티어야 한다. 이 수로 29의 자리에 잇는 것은 지나친 굴복이다. 흑29는 올바른 수순. 이 수로 39의 자리에 끊으면 백은 얼른 그 한 점을 잡아먹을 것이다. 좌상귀는 흑의 차지가 되겠지만 그 절충은 백의 대만족이다. "흑33까지는 필연입니다. 정석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윤현석) "흑이 억지로 외세를 쌓는 인상이야. 흑이 모험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필자) "그렇지는 않아요. 공격 목표가 있으니까요."(윤현석) "너무 넓어서 공격이 잘 안될 것 같은걸."(필자) 윤현석9단은 말없이 빙그레 웃기만 했다. 글쎄. 이세돌의 공격이 얼마나 화려하게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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