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입니다.” (잠실 월드공인중개의 한 관계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돼 시행된 첫날인 7일. 정부가 기대했던 거래 활성화는 없었다. 양도세 완화를 기대한 매물들은 이미 두달여 전부터 나와 있었던데다 고금리 및 경기침체로 시장까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양도세 과세 기준이 완화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투매 현상까지 나타나는 등 양도세 완화의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특히 이번 양도세 기준 완화의 대표적 수혜지역으로 지목됐던 강남 등 버블세븐 지역의 경우 아파트 단지에 따라 매물은 10~30건씩 적체돼 있지만 거래는 여전히 실종된 상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은마공인중개의 심언필 사장은 “양도세 완화 이전에도 매물은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며 “(양도세 완화) 시행 첫날이지만 매물이 폭증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도세 부과의 경우 계약일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나올 매물은 이미 출현해 매매가 이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형의 경우 최근 9억원 초반까지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거래는 답보 상태다. 목동 역시 매물은 많이 나왔지만 이렇다 할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목동 부동산123의 김준화 사장은 “올해 초와 비교해 호가는 평균적으로 2,000만~3,000만원씩 내려갔다”며 “9억원 이상 주택을 소유한 집주인들은 9억원 이하에 내놓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매물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투매 현상 조짐까지 나타나는 곳도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P아파트의 경우 105㎡형 기준 현재 호가가 7억2,000만원선까지 떨어졌다. 올초와 비교하면 8,000만원이나 급락한 가격이다. 반포동 건설공인중개의 김석중 사장은 “6월만 해도 105㎡형 아파트를 7억원 초반에 사겠다는 매수세가 있었는데 지금은 6억원 후반에도 안 사려고 한다”며 “다급해진 매도자들도 더 낮은 가격에 매매 호가를 부르는 등 투매 현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이에 대해 “집값이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시장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정책적 대응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고금리까지 겹쳐 투매마저 우려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반면 “고가 아파트 소유주는 투자층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매물이 급증해 가격이 폭락하는 사태까지는 오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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