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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7월 31일] '삼성의 경기회복' 신중론
입력2009-07-30 17:36:39
수정
2009.07.30 17:36:39
정부 對기업 '투자압박' 대응 <br>불확실성시대 출구 전략은 쥐약
'한국 경제 낙관론'이 세상을 지배하는 듯하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세계 대공황이 임박해 있고 한국 경제 역시 거대한 폭풍우에 한조각 배처럼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어느샌가 이런 목소리들이 쑥 들어가 버렸다.
그동안 신중론을 견지해 오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하반기 우리 경제가 전년동기 대비 플러스 성장할 것"이라며 낙관론에 힘을 보탰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한국 경제 낙관론의 강도는 더 세다. 투자은행(IB)들은 서로 순위경쟁이라도 하듯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낙관론 확산 분위기와 정반대의 전망을 내놓는 그룹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바로 삼성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삼성증권 등 삼성의 싱크탱크들은 요즘 연이어 한국경제 비관론을 공표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8일 발표한 '6대 이슈로 본 2009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실물경제의 개선 정도에 비해 앞서가고 있는 경기회복 기대감은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비관론으로 바뀔 수 있다"며 "정부의 경기부양효과 약화로 하반기 플러스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삼성연구소는 그 이유로 첫째, 상반기와 같은 경기부양책을 하반기에도 펴기는 어렵고 둘째, 가계부채ㆍ고용악화ㆍ투자부진 등으로 내수 부문이 회복동력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또 하반기 수출전망 역시 세계 경제 침체가 계속되고 전세계 교역량이 감소하고 있어 낙관하기 어렵다고 봤다.
28일에는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비관론에 힘을 보탰다. 그는 "기업들의 어닝서프라이즈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기에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일회성 요인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점을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어닝서프라이즈에는 원자재 가격 하락, 설비가동률 반등에 따른 고정비 절감, 마케팅비용 감소 등 일회성 요인이 작용했다고 꼬집었다. 지금까지 각국 정부가 불어난 유동성이 원자재로 가는 것을 막아 왔지만 이 공조가 깨질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도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김 센터장은 "인플레이션 부담으로 각국 정부가 출구전략을 가동해 버블이 터질 것을 가정했을 때 코스피가 1,120선까지 밀릴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의 싱크탱크들이 왜 이처럼 비관론을 강조하고 나설까. 물론 정확한 분석과 전망의 결과라고 할 수도 있지만 '기업의 이해'라는 측면에서 보면 다음과 같은 이유를 생각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압박강도가 약화될 뿐 아니라 정부의 지원책이 나올 수 있다. 최근의 출구전략도 마찬가지다. 기업 입장에서 출구전략은 '쥐약'이다. 금리가 오르고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좋아할 기업은 없다. 따라서 출구전략을 피하기 위해선 '경기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어렵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그러나 기자가 보기에 삼성의 비관론은 정부의 '투자압박'에 대응하기 위함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 최근 정부는 "상반기는 정부가 경기를 책임졌으니 하반기에는 기업들이 투자확대 등으로 우리 경제를 책임져야 한다"고 연일 압박강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경제상황이 앞으로 악화된다고 하면 정부도 기업들에 할 말이 없게 된다.
삼성연구소는 최근 이와 유사한 논리의 보고서도 발표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4일 '경제의 불확실성과 설비투자 위축'이라는 보고서에서 "대내외적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져 큰 폭의 투자확대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즉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의 경제구조상 글로벌 경제불안이 아직 진정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여전해서 투자도 어렵다는 논리를 폈다.
29일 삼성의 이건희 전 회장이 재판정에 섰다. 그는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신들이라면 심경이 어떻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기자는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한다. "당신들이라면 지금 같은 상황에 투자하겠습니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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