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ㆍ중남미 등 이머징마켓 기업들이 ‘미국 기업 사냥몰이’에 나섰다. 비록 최근 중국 기업들이 유노칼ㆍ메이텍 등 미국 기업 인수전에서 좌절을 겪기는 했지만 이스라엘ㆍ멕시코ㆍ브라질 기업들은 미국의 제약ㆍ철강ㆍ해운업체를 사들이는 데 성공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 외국자본 유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머징마켓 미국기업 사냥 활기=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톰슨 파이낸셜의 자료를 인용해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이머징마켓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는 총 70여건, 100억 달러에 달한다고 16일 보도했다. 이중 가장 큰 인수 건은 이스라엘 제약업체 테바가 미국 제네릭의약품업체 아이백스를 7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또 싱가포르 벤처캐피털인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는 미국 열차리스회사 헬름 홀딩을 4억7,200만 달러에, 멕시코의 그루포 시멕은 오히이오의 한 철강업체를 2억2,900만 달러에 각각 인수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이머징마켓의 미국 기업 인수 규모가 지난해 128억 달러에서 올해 16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별로는 이스라엘이 미국 기업 인수에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 1997년에서 올 8월까지 이스라엘 기업들의 미국 기업 인수규모는 총 127억 달러에 달한다. 멕시코(112억 달러)ㆍ브라질(78억 달러)ㆍ싱가포르(65억 달러)ㆍ홍콩(50억 달러) 등도 미국 기업사냥에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의 미국 기업 인수규모는 18억 달러에 그쳤다. ◇기업인수로 미 시장진출 발판 마련= 전문가들은 미국기업을 향한 이머징마켓의 적극적인 대시는 이 지역의 급속한 경제성장세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아시아ㆍ중남미 기업들은 자체 브랜드를 통해 미국 시장 진입을 노리는 대신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현지 기업을 인수, 빠르고 손쉽게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산이다. UBS증권의 폴 나이트 라틴아메리카지역 투자책임자는 “이머징마켓 기업들은 미국 소비자에게 더 다가가고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 기업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조셉 퀸란 수석 투자전략가는 이러한 움직임을 ‘시나트라 효과’라고 부르면서 “만약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다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미국인들은 아시아ㆍ중남미 기업들의 미국 기업 사재기가 저임금 국가의 영향력 증대와 미국 경제의 경쟁력 상실을 의미한다며 경계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퀸란 투자전략가는 “미국과 이머징마켓 투자자간 유대관계가 깊어질수록 양자 관계는 더 성숙하고 안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