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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 책과 함께 하는 여름휴가를
입력2005-07-22 16:12:46
수정
2005.07.22 16:12:46
황원갑 <소설가ㆍ한국풍류사연구회장>
세월은 어김없다. 물 흐르는 듯하다. 또다시 여름이 찾아오고 어느새 삼복이다. 지난 15일은 초복, 오는 25일은 중복, 8월14일은 말복. 해마다 그렇듯 장마가 끝나면 불볕더위가 이어진다. 올 여름 휴가를 어디에서 보내고 어떻게 보람차게 보낼까 나름대로 알찬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라 안팎의 경제난에 맞물려 서민가계도 갈수록 허리가 휘어질 정도로 힘겨운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따라서 생활고 때문에 돈이 많이 드는 피서여행은 엄두도 못 내는 서민이 훨씬 더 많을 것이 뻔하다.
성인 30% 年1권도 안 읽어
그런 까닭에 이 불황의 여름에 책 읽기를 권하는 것이다. 어려운 시절일수록 보다 많은 사람이 보다 많은 책을 읽어야 그나마 자신과 나라의 앞날의 희망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속에 길이 있고 독서가 곧 국력이라는 말도 있다. 국민의 독서량은 곧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 독서는 단순히 여가를 즐기는 문화 활동의 하나로 그치지 않는다. 인류사는 책에 의해 발전해왔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다. TV의 대량보급에 이어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문제는 독서 환경이 열악하고 독서에 대한 관심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7일 미국의 다국적 여론조사기관인 NOP가 전세계 30개국을 대상으로 주당 독서시간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책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참 부끄러운 이야기다.
이 기관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책ㆍ신문ㆍ잡지 등 활자매체를 읽는 데 소비하는 시간은 주당 3.1시간으로 1위인 인도 10.7시간의 약 4분의1에 불과했으며 독서시간도 30개국의 평균치인 6.5시간의 절반에도 못 미쳐 조사대상 30개국 가운데 불명예스러운 꼴찌로 나타났다.
인도에 이어 책을 많이 읽는 국민은 태국(9.4시간)ㆍ중국(8.0시간)ㆍ필리핀(7.6시간)ㆍ이집트(7.5시간) 등으로 나타났다. 문화대국을 자랑하는 프랑스는 6.9시간으로 9위, 미국은 5.7시간으로 23위, 대만은 5.0시간으로 28위였다. 그런데 그동안 책을 가장 많이 읽는 국민으로 잘 알려졌던 이웃 일본은 4.1시간으로 29위를 기록했다.
이 조사는 또 세계에서 가장 많이 TV를 시청하는 국민은 태국인으로 주당 22.4시간, 가장 많이 라디오 청취를 하는 국민은 아르헨티나 사람들로 주당 20.8시간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민은 TV 시청이 주당 15.4시간으로 14위, 라디오 청취가 3시간으로 29위, 컴퓨터 사용은 9.6시간으로 12위에 올랐다.
또 한편 2003년 말 한국출판문화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중 약30%가 1년에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으로 수치스러운 조사 결과였다. 영상매체 접속시간은 125분에 이르지만 평균 독서시간도 평일 31분, 주말 29분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또 전국의 공립도서관은 403개밖에 없고 초ㆍ중ㆍ고교 중 도서관이 없는 학교도 약 20%나 된다는 것이다. 또 공공도서관ㆍ학교도서관이 시험 공부방으로 둔갑한 지도 오래됐다. 이러니 국민의 의식수준만 탓할 일도 아니다.
지도층이 책 읽는 모범 보여야
참으로 부끄러운 조사 결과인데 정작 문제는 그런 조사 결과가 지금은 많이 나아졌는가 하면 누구든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독서 인구가 늘어나기는커녕 되레 줄어들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서점에 가서 물어보면 예전보다, 아니 지난해보다도 책이 훨씬 더 안 팔린다는 푸념뿐이다. 그러니 이처럼 황폐한 문화적 풍토에서 작가들이 어떻게 글만 써서 살아갈 수 있겠는가.
어쨌든 어른들, 특히 지도층 인사부터 놀거나 싸우는 것보다 책 읽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미래가 불확실한 이 나라의 장래에 조금이라도 희망이 생기리라. 독서 인구가 늘어야 경제를 포함한 국가경쟁력도 강화되고 부국강병의 꿈도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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