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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산책] 고갱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캔버스에 유화, 139.1.2x374.6㎝, 1897~1898년 제작, 보스턴 미술관 소장

고갱의 작품 가운데 가장 기념비적인 이 작품은 무척이나 독특한 분위기를 띠고 있다. 화려한 채색이 주를 이루는 폴리네시아 시기의 작품들과 달리, 푸른색이 지배적인 이 작품에서는 아득한 깊이가 느껴진다. 오른쪽 하단의 자고 있는 어린 아기에서 시작해 왼쪽 죽음을 맞이하는 늙은 여인으로 끝나는 이 작품은 인생의 깊이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단적으로 말하자면, 젊음이나 아름다움은 금새 지나가고 머지않아 모든 이에게 죽음이 찾아온다는 점이다. 한쪽으로 고개가 돌아간 채 깊이 잠자고 있는 아기에게서는 편안함보다는 긴장감이 느껴지는데 원죄를 짊어지고 태어난 인간의 고난을 시사하고 있다. 어둠 속에서 붉은 빛이 감도는 보라색 옷을 입고 걸어 나오는 두 인물은 선악과를 먹은 후의 인간의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작품 중앙에는 양손을 위로 올려 열매를 따려는 인물이 있다. 열매를 따는 모티브는 에덴동산에서의 추방이라는 주제를 연상시킨다. 왼쪽 하단에 그려진 늙은 여인은 어둡고 침울해 보이는데, 눈동자에선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왼편에는 또 푸른색으로 채색된 우상이 보이는데 바로 사후세계의 여신 히나를 표현한 것이다. 인간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사후 세계로 삶이 순환하고 있다는 점을 이 대작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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