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들의 기업 인수합병에 대산 선진국들의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국부펀드의 하나인 싱가포르 테마섹이 해당 국가의 상징적 기업에 대한 투자를 자제하기로 했다. 이는 해당국가의 애국주의(민족주의)를 경계키 위한 것이다. 24일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수피아 다나발란(사진) 테마섹 회장이 “한 국가에서 상징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기업들은 피하고 대신 소액 지분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나발란 회장은 또 “아시아와 유럽 등에서 강해지고 있는 민족주의 성향을 고려해 해당 기업의 인수가 그 나라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나발란 회장의 발언은 그 동안 공격적이었던 테마섹의 투자 전략과 상충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략 수정이 최근 테마섹의 인도네시아와 태국 통신업체 투자 문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주 인도네시아 경쟁감독위원회(KPPU)는 경쟁법 위반을 이유로 테마섹이 보유하고 있는 인도네이사 통신업체 인도샛과 텔컴셀 중 하나의 지분을 처분하도록 지시하고 벌금을 부과했다. 작년 1월 테마섹이 매입한 태국 통신업체 신 코퍼레이션 지분도 문제가 됐었다. 당시 테마섹의 지분 취득으로 탁신 총리 일가가 엄청난 차익을 얻으면서 국부 유출 우려와 탁신 일가의 부패 논란이 동시에 제기됐었다. 결국 탁신 전 총리는 작년 9월 쿠데타로 실각했고, 테마섹 역시 이를 방조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하지만 테마섹의 전략 수정이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와 인도 ICICI 은행 등에 투자하려는 계획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FT는 덧붙였다. 테마섹이 인수하려는 해당 은행의 지분 규모가 모두 20% 이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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