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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靑-財 해빙' 이후 과제들
입력2005-01-02 21:41:58
수정
2005.01.02 21:41:58
김성훈 <중앙대 교수ㆍ경실련 대표>
노무현 정부 3년째를 앞두고 모처럼 청와대와 재계간에 데탕트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것 같다. 서로간에 잇달아 찬사를 주고받으며 기대를 감추려 하지 않는다.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재계의 투자의사가 표명되는가 하면 기업분식회계의 2년간 유예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총액 출자제한제도와 집단소송제도 역시 완화될 조짐이다. 사실상 재계가 원하는 방향으로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방향을 선회하는 기미가 도처에 보인다. 토지공개념의 후퇴(백지화), 건설규제의 완화, 그린벨트와 절대농지의 대폭적인 수정, 골프장 230개 건설허가 계획 등 극보수 우파정권이라도 평상시에는 엄두를 못 낼 규제 완화조치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거나 논의되고 있다.
자본주의체제가 사회주의 원조(元祖)국가들을 차례로 거꾸러뜨리고 온 세계를 완전히 평정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절제된 시장만능주의, 즉 필요할 경우 사회주의제도의 장점마저 과감히 받아들인 실사구시적인 포용력이 있었기 때문에 자본주의는 국리민복의 증진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었다.
예컨대 독점규제법, 공정거래 관련법, 공공 부문에 대한 경쟁제한정책, 토지공개념 관련 소유 및 용도제한, 가혹한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제도, 독점기업 횡포에 대한 노동자와 소비자 또는 정부의 대항력 양성정책 등이 모두 자본주의 종주국인 구미 선진국에서 20세기 초부터 작동해왔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오히려 시장경제 운용의 기본준거가 부실한 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ㆍ경제ㆍ사회 각 분야 지도층은 그 권력과 지위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ㆍ윤리적 자제심 발휘에 있어 지극히 인색했다.
이른바 기업의 윤리적ㆍ사회적ㆍ환경적 책임(CSR)과 노블레스 오블리제(높은 신분에 따른 의무) 정신 역시 확고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다름아닌 기득권 보수층의 상대적 퇴조 현상이며 범국민적 반기업정서의 원인이 된 것이다.
그런데도 지난 한해 ‘좌파’ 운운의 색깔론이 득세한 배경은 심상치 않다. 이는 단순히 386이라는 이른바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 사회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가진 자, 특히 아주 많이 가진 자들과 기득권층이 실체 이상으로 여론주도 권력을 많이 장악하고 있는 특수한 상업적 사회현상이 엄연히 실존하고 있다.
게다가 이유야 여러 가지를 댈 수 있겠지만 어떻든 경제지표와 경기현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이 약점이다. 따라서 그 해법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이들 재벌기업과 기득권층, 그리고 보수집단의 경제행위 여하에 달려 있다. 칠래야 칠 수도 없고, 벨래야 벨 수도 없는 이 같은 딜레마로부터의 탈출구가 청와대와 재계의 데탕트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새해 새 아침에 우리 정ㆍ재계는 그동안의 이념논쟁은 덮고 최소한 다음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서만은 확고한 원칙에 합의를 해줬으면 한다. 그런 연후 나머지 경제규제를 대폭 완화해도 나쁠 게 없다고 본다.
첫째, 모든 규제를 다 풀더라도 선진국이 그런 것처럼 ▦환경생태계와의 조화로운 발전문제, ▦식품안전성을 비롯해 인체생명의 안전성 보호문제, ▦토지와 농지 이용의 공적개념 적용문제에 대해서만은 더욱 엄정하고 세밀한 규제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이는 우리 당대의 문제만이 아니라 다가올 후손들의 ‘삶의 질’과 직접 관련되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도 선진국처럼 정부가 솔선해 국정지표를 설정할 때 국민의 ‘삶의 질’을 심도 있게 반영할 광의의 ‘녹색 국민총생산(GNP)’, 즉 환경생태계와 경제활동을 통합한 여러 가지 선진지표를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100대기업만이라도 앞장서 공개검증된 ‘기업지속가능성 보고’를 해마다 공표해야 한다. 이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 모두로부터 기업의 사회적ㆍ환경적 공헌활동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불러모아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기업발전에 필수적이다.
셋째, 정부와 기업,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돼 우리 산하를 뒤덮고 있는 오염물질과 쓰레기를 대청소하는 공공근로사업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 지금 금수강산 조국의 산과 강, 호수와 저수지, 그리고 연안바다가 오염물질로 가득 차 있다. 더 이상 사회유지가 불가능할 정도이다. 가칭 ‘국토 대정화 운동’은 우리 당대 모두의 책임이며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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