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을 옮기기 위해 의왕시 아파트 분양권을 샀던 김모씨는 곧바로 다시 매물로 내놓았다. 평촌의 집을 팔고 옮길 생각이었지만 두 달째 문의조차 없어 결국 새 아파트 입주를 포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의왕의 아파트 분양권조차 팔리지 않아 김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가 상황에 놓여 있다. 그는 "부동산 버블을 잡으려다 애꿎게 서민을 죽이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택거래 실종사태가 예상 외로 심각하다. 특히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수도권으로 확대 적용된 후 두달여 만에 끊겨버린 주택거래는 기존 주택 가격 하락은 물론 신규 입주 아파트의 입주지연과 분양권 값 하락 등 도미노 현상으로까지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인기리에 청약을 마쳤던 신규 입주 아파트 가운데는 기존 집이 팔리지 않은 매수자들이 입주하지 못해 '불 꺼진 아파트'로 전락하는 단지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서울 구로구 H아파트. 9월 최고 10대1의 경쟁률을 보였던 후분양 아파트인 이 단지는 10월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아직 60%나 비어 있다. 기존 집이 팔려야 잔금을 치르고 입주할 수 있는데 집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 중개업소에는 매물도 잔뜩 쌓여 있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최근에는 분양가에 나온 매물도 있지만 그마저도 찾는 사람이 없다"며 "전세조차 중대형은 찾는 사람이 없어 2,000만원 정도 값이 내려갔다"고 말했다. 9월 준공돼 이미 10월 입주기한이 끝난 남양주 진접 S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단지의 절반이 비어 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물론 전세수요자도 없기 때문이다. 거래실종 사태는 서울과 수도권을 망라한다. 특히 DTI 규제가 10월부터 제2금융권으로 확대된 후 서울과 수도권 일대 주택매매시장은 사실상 거래가 실종되면서 가격 하락세도 심화하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이번 한주 동안 서울ㆍ인천ㆍ경기 등 3개 지역의 집값이 동시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이 이번주 0.02% 떨어져 6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고 인천과 경기도 각각 0.03% 하락했다. 부동산114의 한 관계자는 "3개 지역 집값이 동시에 하락한 것은 4월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단순한 수치보다 시장에서 체감하는 거래침체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일산 A공인 관계자는 "9월 초만 해도 분위기가 괜찮았는데 이후로는 아예 매수문의가 사라졌다"며 "문의는커녕 기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 W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사고 팔 수는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렇게 대출을 꽁꽁 묶어놓으면 어떻게 버티겠느냐"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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