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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들이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한 경영 리스크에 직면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외국자본 유치 확대를 목표로 새롭게 내놓은 규제완화법안이 오히려 이들 기업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연은 중국 상무부가 기업구조 관련 법 개정안을 내놓은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법안의 핵심은 이른바 '변동지분실체(VIE)' 구조를 통한 우회적 방식의 외국인 투자를 사실상 합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에 진출·투자한 외국계 IT 기업이나 해외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 대부분이 2000년대 이후 취해온 이 같은 변칙을 법의 테두리 안에 묶겠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IT와 교육 등 국가전략산업 분야에 한해 외국인 투자 지분을 5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섹터에 진출하려 하는 역외 기업들은 중국 현지에 외자기업(Wholly Foreign-Owned Enterprise·WFOE)을 설립한 뒤 사업 라이선스를 보유한 중국 기업(Variable Interest Entity·VIE)과 합작계약을 맺어 사실상의 지배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중국 당국의 규제를 빠져나가고 있다. 이런 방식은 2000년 중국의 검색 포털 사이트 시나닷컴이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할 당시 처음 사용한 뒤 해외에 상장한 중국계 IT 기업 및 중국에 발을 들이고자 하는 외국계 기업 대부분이 차용해왔다. 3개월 전 중국 정부가 내놓은 개정안은 VIE 구조를 사실상 허용해 외자 유치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규제완화'법안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이 법안이 규제 완화의 전제조건으로 VIE 구조를 도입한 기업들의 실질적인 지배권을 중국인이나 중국법인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VIE와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WFOE의 지배 및 소유권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을 경우 개정안에 저촉되고 이로 인한 지배구조 문제가 대두될 우려가 발생한 것이다.
WSJ는 다우존스리스크앤컴플라이언스와의 공동조사를 통해 글로벌 미디어그룹 피어슨·CBS코퍼레이션, 중국계 기업인 시나그룹·오토홈·웨이보 등이 중국에서 새로운 지배구조 리스크에 노출될 우려가 높다고 전했다. 반면 같은 VIE 구조를 취하고 있는 알리바바그룹과 바이두는 실질적 지배권이 각각 마윈 회장, 리옌훙 회장 등 중국인에게 있다는 점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WSJ는 로펌 변호사들의 분석을 인용, "외국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VIE 구조 기업의 경우 그 경영권을 중국인들에게 넘기거나 관련 법에 맞게 회사를 정리하는 수밖에 없다"면서도 "해당 법안이 시행되려면 최소 2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그 사이 개정안이 변경되거나 합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될 여지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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