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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외국인 매도의 시사점

우리 증시에 대한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다. 외국인들은 올들어서만 12조원 가까운 순매도를 기록했다. 대만 증시에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지만 같은 아시아시장인 우리나라에서의 순매수 전환은 아직까지 요원하다. 이는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다른 변수와는 별도로 우리 증시의 발목을 잡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개인 비중이 크고 외국인 매매에 상당한 연동성을 보여온 코스닥시장은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과거 외국인 매도는 우리 증시의 펀더멘털을 재는 잣대 역할을 했다. 외국인이 팔면 펀더멘털이 나빠지는 전조로 해석했으며 반대로 사면 좋아지는 징후로 생각했다. 이제는 아니다. 최근에 이어지는 외국인 매도의 배경에는 우리 증시에 대한 달라진 평가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증시가 불안해서 외국인이 ‘셀 코리아’를 외치는 게 아니다. 한국 증시가 성숙해지면서 더 이상 급등락에 따른 큰 폭의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변한 구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37% 내외로 여타 증시의 평균 비율 20%에 비하면 상당히 높다. 미국의 직접 투자가 많은 멕시코, 노키아의 지배력이 상당한 노르웨이 등을 제외하면 외국인 비중이 30%가 넘는 시장은 사실상 우리밖에 없다.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현 증시를 “우리 증시의 한 역사가 마무리되는 전환기”라고 설명한다. “외국인 장세에서 기관 장세로 증시의 축이 이동하는 대변혁이 진행 중”이라고도 얘기한다. 외국인의 매도는 우리 증시가 ‘한방’에 고수익을 올리던 데에서 벗어나 꾸준한 투자만이 대안인 선진국형 증시로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우리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는 그대로인 것 같다. 외국인 매매가 증시 참여의 기준이 되거나 단기 매매로 대박을 꿈꾸는 자세는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지난 98년 이후 5~6년에 걸쳐 외국인들이 꾸준히 우리 주식을 매입했듯 향후 5~6년 동안 꾸준히 주식을 매도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가진 주식을 팔아야 할까. 이에 대한 대답은 간접투자 자금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끝없는 외국인 매도에도 불구하고 하방경직성을 확보한 현 장세가 충분히 설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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