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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핵 논의, 이제 시작이다
입력2007-02-20 16:29:38
수정
2007.02.20 16:29:38
6자회담이 타결됐다. 이로 인해 국가신용도 상승과 대북지원 재개가 거론되고 일부에서 기다렸다는 듯 다시 성급한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긴장 분위기가 순식간에 이완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6자회담의 결과를 보는 눈은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모두에게 있어 6자회담이 한반도 비핵화를 향해가는 과정의 중요한 한걸음으로 인식되고는 있지만 회담 참여 당사자들의 입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 앞날이 결코 평탄치는 않으며 이의 해결에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변국 핵개발 동향도 주시
또한 회담 성과에 비해 그 대가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과의 협상에 있어 미국이 그동안 주장해온 리비아 방식보다는 우리나라가 지난 2003년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것처럼 핵 폐기와 보상이 동시에 이뤄지는 우크라이나 방식에 가깝게 타결된 점은 북한에 유리한 회담 결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듯하다. 물론 해외의 시각보다는 우리 내부의 입장 정리와 손익계산이 더 중요하겠지만 6자회담 결과가 이행되도록 하는 냉철한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긍정적인 출발이기는 하지만 이번 6자회담의 성과가 한편으로 다소 불안해지는 이유는 급속한 분위기 반전으로 북한 핵 문제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국제적 협력을 통해 이해하기 위해 새로이 시도하는 노력이 혹시라도 좌절될까 하는 점이다. 그동안 북한 핵 문제가 국제적으로 논의돼온 과정을 돌이켜보면 북한의 핵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국제사회의 합리적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부 및 민간 차원에서 주요 당사국들과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국제적 협력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협력이 가능한 전문기관과 전문가간의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정보를 수집해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노력은 결국 6자회담의 성공적인 이행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최근 북한 핵 문제에 관한 분위기 반전에도 불구하고 유사시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 수립과 연구가 필요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핵 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지식과 경험,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인적자원이며 인적자원이 유지되는 한 이를 바탕으로 언제든지 핵 프로그램을 재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2ㆍ13 베이징합의에 의해 영변 5MW 원자로를 포함해 현재 가동 중인 핵시설을 성공적으로 폐쇄한다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핵심 인적자원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완벽한 핵 개발 프로그램의 포기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기술 개발과 함께 국제적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둘째로 북한이 회담 결과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과정의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정보 수집을 위한 정책 수립과 연구가 필요하다. 과거 경제적 보상과 집단 안전 보장을 전제로 핵무기를 포기함으로써 훌륭한 선례로 평가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도 완벽한 포기 과정까지 내부의 반대와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시 핵시설을 안전하게 해체하는 비용도 턱없이 부족하고 안보에 대한 우려가 큰 이유도 있었지만 북한의 경우도 이행 과정이 내부적으로 순탄치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이행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기술과 국제적 협력관계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핵 문제에 관한 한 그동안 북한에 집중돼온 관심과 노력을 우리의 주변 국가로 넓혀 주변국의 핵 활동 탐지능력도 확보해야 한다.
'핵차단' 국제협력체제구축시급
북한 핵 문제를 계기로 핵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버림과 동시에 주변국의 핵 개발 동향에 관심을 갖고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국제적 갈등 가능성을 줄이고 갈등 발생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변국간 정보 공개 및 협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어떤 일이든 적정 시기에 적정한 투자를 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번 6자회담 타결로 한층 유연해진 국제사회 분위기를 이용해 이번 회담을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동시에 북한을 넘어 우리 주변 국가의 핵 문제를 냉정히 되짚어보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체계적인 전략 수립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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