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
이 유명한 문장으로 E.H.곰브리치의 저서 '서양미술사'는 시작된다. 미술에 관한 표준교과서처럼 읽히는 이 책은 첫 문장처럼 열린 태도로 미술을 받아들이게끔, 비교적 객관적인 태도로 미술을 이야기 한다.
미술에 관심이 있어 관련된 책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만큼 쏟아져 나오는 관련 서적도 많은 탓에 골라 읽기가 쉽지 않다. 자칫 편협하거나 왜곡된 시각으로 빠져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획된 이 책은 위대한 미술이 아니라 위대한 미술 '책'들을 이야기 한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는 물론, 질 들뢰즈의 '감각의 논리', 움베르트 에코의 3권짜리 미술사 연구 서적인 '미의 역사' '추의 역사' '궁극의 리스트'까지 고전부터 교양서적까지 62권의 명저가 책 한 권에 다 담겼다.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소개된 서적의 핵심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강의하듯 들려준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미덕은 미술 생태계를 구성하는 5가지 요소, 즉 △미술작가 △서양미술사 △한국미술사 △미술이론 △미술시장과 컬렉터를 모두 다루고 있다는 것. 고흐·고갱·피카소 같은 현대미술의 거장의 이야기, 우리 문화의 뿌리인 한국미술 이야기, 어렵지만 미술을 이해할 때 꼭 짚어봐야 할 미술이론에 관한 책들과 함께 미술시장의 매커니즘을 이해하게 하는 안내서도 포함됐다. 어려운 미학책도 독파해 보겠다고 결심하도록 자신감을 주지만 동시에 책을 읽지 않고도 읽은 듯한 착각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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