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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칼럼] 요즘 학생들의 학습습관
입력2006-07-06 16:34:40
수정
2006.07.06 16:34:40
몇 년 전 포항공대신문에서는 사회 각계 인사들에게 포항공대에 관한 의견을 요청해 본교에 관한 특집을 마련했던 일이 있었는데 그중 한 칼럼에서 본교생 학부모의 의견을 싣고 있었다. 그 칼럼에서 그는 포항공대는 여러 가지 여건이 좋은 대학이지만 한가지 불만족스러운 점이 있다면서 대학 주변에 영어 등을 배울 만한 학원이 없어 유감이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이를 본 필자는 요즘 학부모들의 생각이 필자의 그것과 너무 다르구나 하는 충격을 받아 아직까지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사회를 이루는 중견층의 생각이 이러니 우리의 학교 교육이 제대로 된다는 것이 무리일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필자는 아직도 공부는 자신이 하는 것이지 학교나 학원이 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학교나 학원이 해줄 수 있는 것은 학생들에게 어려운 개념을 일깨워주고 그들이 고비를 넘기기 힘들 때 이를 넘겨주며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어야 한다.
학습은 능동적인 경험이지 수동적이면 학생에게 밥을 떠서 넣어주는 것과 같아 결국에는 씹어서 넣어주지 않으면 소화를 시키지 못하게 된다.
필자가 지난 75년 미국의 뉴멕시코대학교에서 처음 조교수를 시작할 때 당시 문리대 학장으로부터 들은 얘기는 매우 교훈적이다. 그는 “주립대학의 평균 학생들의 경우 한 시간 강의를 들은 뒤 강의실 밖에서 그 내용에 관해 두 시간 정도 더 공부해서 ‘C’ 학점을 받도록 가르치는 것이 정상적인 교육이다”고 말했다. 이를 숫자로 환산하면 15학점을 택하는 대학생의 경우 일주일에 45시간을 강의와 그에 따르는 공부를 하는 데 소비해 C학점을 받도록 가르치면 정상적인 대학교육이 된다는 것이다.
이 개념은 필자가 도미하기 전에 받았던 대학교육과는 너무 차이가 있었다. 물론 이는 대학입시 준비를 별로 하지 않고 비교적 쉽게 입학한 평균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얘기이며 학생의 수학능력이 평균보다 더 좋거나 나쁘다면 이런 일률적인 잣대를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정신만은 우리가 늘 가슴에 새겨둘 만한 내용이다. 거꾸로 얘기하면 진정한 교육자는 한 시간 강의한 뒤, 학생들에게 최소한 두 시간 공부할 거리를 주어야 할 책임이 있으며 학생들에게도 강의 내용에 관해 소정의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제대로 배울 수 없다는 점을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얼마 전 모 일간지에서 서울의 어느 과학고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려면 학원에 가지 말라는 내용의 책을 읽고 학원에 다니는 것을 중지했더니 오히려 성적이 오르더라는 기사를 본 일이 있다. 본인은 이 기사를 읽고 이제야 우리 사회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구나 생각했다. 아직까지 사회 전체가 제자리를 찾고 있다고 믿기는 힘들지만 최소한 시작은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고등학교나 대학의 공부는 그렇게 한다고 치더라도 대학을 졸업하고 의학전문대 입학시험이나 고시공부까지 학원에서 과외를 해서 합격한다는 세태를 한번 생각해보라. 과연 그렇게 합격한 의사나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들이 자신의 생각으로 판단할 능력이 있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공부는 능동적인 학습경험이어야 하며 그렇게 하도록 하는 것은 교사의 책임이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것은 학부모의 책임이다.
그래서 학생으로 하여금 자신이 공부하도록 유도하고 공부에 관한 책임을 지도록 가르쳐야 할 것이다. 학생들 또한 학교에서 떠넣어주는 데 만족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학습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사회는 보다 책임 있고 보다 창의적인 학생들을 배출해내게 될 것이다. 학부모들은 그들의 자식들이 학교 공부로부터 홀로 서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자식의 나이가 40이 넘을 때까지 애프터서비스(AS)를 해주어야 할 것이며 죽을 때는 혼자 죽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식들은 그때까지도 부모가 자기들을 돌봐주지 않고 죽을 수는 없다며 가는 부모에게 책임을 추궁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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