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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당선유력 소식에 中·日 '환영' 佛·獨 '씁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확실시되자 세계 각국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과 역사상 가장 돈독한 동맹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부시 대통령이 재선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얼마 전 “다른 나라 선거에 개입하고 싶지 않지만 부시 대통령과 친하기 때문에 그가 힘냈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부시 대통령이 재선되면 일본은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을 연장해 ‘보통 국가’로의 전환을 꾀하고 6자회담에서도 발언권을 강화해 국제 외교무대에서 영향력 확대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적이라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분위기는 9ㆍ11테러 이후 미국의 대(對)테러전쟁에 중국이 협조해왔고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가 중국의 국내 정치상황을 감안할 때 부시 대통령이 오히려 안정적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중국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케리가 당선될 경우 부시와 다른 외교전략으로 인권ㆍ경제 문제 등에서 새로운 마찰이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부시가 재선되면 이 같은 우려가 해소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대테러전쟁과 발을 맞춰 체첸문제 등에 강경 대응해온 러시아도 미국 대선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는 케리 후보가 인권이나 민주주의를 강조하고 보호무역주의에 기울어 있기 때문에 그가 당선될 경우 대미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었다. 이에 반해 부시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러시아 국내문제나 체첸 등의 문제에서 더 많은 재량권을 주고 경제성장을 촉진시킬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앞당기며 고유가 현상을 지속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반(反)부시 분위기가 강했던 프랑스ㆍ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영국ㆍ이탈리아를 제외한 서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이 더욱 강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부시 행정부의 가장 든든한 지원세력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에게도 부시 재선이 악재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케리가 승리하면 자국 총선에서 이라크 문제와 관련해 거리를 둘 여지가 생기고 자국 내에서 낮아진 지지도 만회할 수 있지만 그마저 여의치 않게 될 수도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부시 미 행정부의 강압적인 중동정책과 친이스라엘 일변도 정책에 분개하고 있는 중동 국가들도 이번 대선 결과에 실망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ㆍ이란 등 중동 국가들은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집권 2기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기존 정책에 전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여론 악화 등을 우려해 지난 4년간의 강경정책에서 벗어나 이라크 사태 및 중동 분쟁과 관련해 온건정책을 추구하지 않겠냐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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