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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이명박 정부가 실용·선진 정부라면
입력2008-01-01 18:30:50
수정
2008.01.01 18:30:50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92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하자 앨런 그린스펀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 탓으로 돌렸다.
1년 전 자신이 재신임한 그린스펀 의장이 부시 정부가 원하는 화끈한 이자율 인하를 단행하지 않았던 것이다. 1991년 미국은 극심한 불황을 겪었으나 이후 클린턴 행정부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10년 뒤 아버지 부시에 이어 아들 조지 W 부시 후보가 2000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앨 고어 후보를 간신히 누르고 집권에 성공한 그에게는 암울한 경제상황이 기다리고 있었다.
닷컴 버블의 붕괴로 경제가 휘청거렸고 설상가상으로 9ㆍ11 테러까지 발생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번에는 신속하게 금리를 인하했다.
2002년 경제가 조금 씩 회복되자 부시 대통령은 세금감면과 국방비증액 등 대선공약 완수를 행정부에 지시했다. 미 재무부는 재정적자가 불어나자 부시의 2년 전 공약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대통령의 뜻을 꺾지 못했다. 클린턴 행정부시절 유지했던 흑자재정 기조가 깨지고 미국이 다시 재정적자에 허덕이게 된 계기는 이 때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경제를 이슈로 대권을 잡았다. 후보시절 그가 공약으로 내건 ‘747프로젝트(7%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경제 세계7위)’는 이명박 정부의 아이콘이 됐다. 그런데 이 목표는 첫해부터 달성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사공일 국가경쟁력특위 위원장은 “올해가 아니라 5년 평균을 의미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한해 목표치가 미달하면 그 다음부터는 더 높여야 한다. 무리수가 나올 수 있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생각하기도 싫지만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 내 7%성장을 완수할 수도 있다.
대선 공약은 표를 겨냥한 것이지만 현실 정책은 국민이 누려야 할 삶의 질을 담보로 한다. 747프로젝트가 대선공약 탄생 과정에서 얼마나 정교하게 다듬은 목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표를 의식한 공약이거나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이 선다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비전 제시 때 또는 정부출범 후 정책 수립과정에서 수정하는 것이 차라리 이명박 정부의 ‘실용코드’와도 맞는다. 글로벌화에 얽매인 YS정권은 외환위기를 불렀고 이를 극복하는 데 주력한 DJ정권은 카드 부실사태를 낳았다. 지방분권 공약에 집착, 임기 내 행정도시와 혁신도시 착공을 외쳐댄 참여정부는 5년 내내 부동산과 전쟁했다. 이명박 정부가 가고자 하는 선진화의 1번지 미국 어느 대선 후보도 성장률에 집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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