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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시리아 공습 선언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위기에도 해당 지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수십년간 세계 곳곳에서 지정학적 위기를 경험하며 기업들은 위험을 분산하고 또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는 노하우를 갖게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일(현지시간) 최근의 지정학적 위기에도 글로벌 기업들이 받는 영향은 작으며 오히려 해당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 중 수익을 내는 곳도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중동 지역과 남아프리카에 공장을 두고 있는 프랑스 시멘트 회사 라파즈는 지난 2009년부터 매출이 올라 현재 연간 총 영업이익이 15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리아·수단·이란 등에 지사를 둔 아프리카 최대 통신업체 MTN의 올 상반기 총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56% 늘었다.
IS와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 지역에서도 DNO·걸프키스톤·게넬에너지 등 서방권 석유회사들은 지정학적 위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원유를 시추해 터키로 수송하고 있다. 이 중 한 회사의 책임자는 "걱정스러운 면도 있지만 쿠르드 자치정부 군대가 사업체를 보호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위기에도 기업들이 휘청거리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현금을 쌓아두고 유동성을 확보하는 추세로 제너럴일렉트릭(GE)의 경우 2006년에 비해 현금보유량을 2배 늘렸다.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와 함께 사업다각화 등 위험분산에 힘쓰고 있다. 대형기업들은 한 국가에 지나치게 사업을 집중하면서 지정학적 위기에 피해를 당한 바 있다. 1949년 HSBC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으로 철수하면서 사업의 절반을 잃었으며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전신인 영국석유회사는 1951년 이란의 국유화로 사업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2012년 스페인 다국적 석유회사 렙솔은 인수했던 아르헨티나의 최대 원유·가스회사 YPF가 국유화되며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사업다각화로 현재 BP는 러시아의 가장 큰 외국인 투자가지만 러시아 국영기업 로스네프트 투자를 통해 얻는 수익은 회사 전체 수익의 10% 정도에 그친다. 서방 제재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으로 매장 폐쇄를 당한 맥도날드도 러시아에서 전체 수익의 5%만 내고 있다.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철강생산 업체 아르셀로미탈은 2005년 우크라이나에 50억달러를 주고 제철소를 매입, 운영했지만 생산량의 대부분을 해외로 수출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최근 벤 판뵈르던 로열더치셸 회장은 "경영다각화는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세계 최대 의류·완구 외주업체인 홍콩 기업 리앤펑 회장 윌리엄 펑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회사는 더욱 조심스러워졌으며 대안을 가졌는지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며 "100% 효율성에 집중하기보다는 탄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지정학적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들이 경제적으로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도 글로벌 기업에 타격을 적게 미치는 이유 중 하나다. 중동·북아프리카·러시아·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갈등을 겪고 있는 국가들을 모두 합쳐도 전 세계 경제의 7%에 불과하다. 월가의 한 은행 관계자는 "이들 지역에서의 피해는 경상에 불과하다"며 "대다수의 기업 총수들은 이슬람 지하드보다 미국 변호사들을 더 무서워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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