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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 스릴러를 표방한 영화 '실종'(감독 김성홍, 제작 활동사진)은 2007년 발생한 보성 어부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손톱', '올가미', '세이예스' 등 꾸준히 한국형 스릴러를 만들어 온 김성홍 감독이 8년 만에 메가폰을 잡고 영화 '수', '강철중: 공공의 적 1-1'에 그다지 크지 않은 비중으로 출연하며 활동을 자제했던 문성근이 연쇄살인마 판곤 역을 맡아 연기파 배우의 내공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배우 지망생인 현아(전세홍)는 영화감독과 함께 여행을 하던 중 양평의 외딴 닭 백숙집을 찾는다. 병든 노모를 모시고 홀로 양계장에서 닭을 키우며 백숙도 파는 판곤(문성근)은 동네 사람들에게 어수룩하지만 마음씨 좋은 촌부로 인식된 인물. 도로에 편입된 땅을 가진 탓에 재산도 넉넉하지만 여자들을 납치해 성욕을 해결하고 자신에게 방해가 되면 사람들을 죽이는 일도 쉽사리 저지르는 싸이코패스다. 판곤은 자신의 가게를 찾은 현아에게 성욕과 살의를 느껴 함께 온 감독을 쇠망치로 살해한다. 납치한 현아를 철창으로 만든 개우리에 가둬두고 인신을 유린하며 삶의 희열을 느끼는 판곤. 현아의 연락두절에 언니 현정(추자현)은 현아를 찾아 나서지만 그녀 역시 판곤의 집에 갇히고 마는데…. 영화는 초반부터 판곤의 살해 행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범인을 드러낸다. 범인을 추리하거나 범죄 행위의 원인을 예측하는 데서 관람의 재미를 찾을 기대는 진작 접는 편이 좋다. 극의 긴장감은 판곤이 살해할 때 사용하는 극악한 무기와 잔혹한 방법들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펜치로 생니를 뽑는 장면이 등장하는가 하면 가축 분쇄기가 살해 도구로 쓰이는 등 할리우드 슬래셔 무비 못지않은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된다.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는 배우들의 연기와 극적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연출력은 이 영화의 제작진이 아마추어가 아님을 입증한다. 하지만 연일 강호순 사건을 방송과 신문에서 지켜보며 호신용 도구까지 구입해야 하는 여성관객의 입장에서는 영화가 단순히 영화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특히 판 곤이 현아를 유린하는 과정에서 현아의 벗은 몸을 훑어 내리는 카메라의 교묘한 시선은 "전적으로 피해자의 시점에서 영화를 찍었다"는 김성홍 감독의 연출 의도에 의문부호를 던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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