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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3·1절에 전해진 '과거사 덮고 가자'는 미국의 메시지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이 한중일 3국에 '과거사는 덮고 가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셔먼 차관의 제의와 생각을 같이한다. 과거를 극복할 때만 공생공영도 가능하다.

그러나 셔먼 차관의 발언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과거 역사 청산과 위안부 문제 해결을 둘러싸고 꼬일 대로 꼬인 갈등이 한중일 3국에 공동 책임이 있다는 그의 인식은 본말전도일 뿐 아니라 위험하다. 가해자가 반성하지 않는 과거 청산이 가능한가. 일본이 선전포고도 없이 자행한 진주만 공격을 반성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미래를 위해' 용인할 수 있을까.

'민족 갈등은 여전히 악용될 수 있고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발언의 대상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2012년 8월 독도 방문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분명 한일 관계는 그때부터 꼬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녕 모르는지 묻고 싶다.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가 한국인가, 일본인가.

무엇보다 걱정되는 대목은 셔먼 차관 발언의 직접적인 타깃이 한국이라는 점이다. 겉으로는 한중일 세 나라의 공동 책임을 거론했지만 중국은 미국이 이래라저래라 할 상대가 아니다. 결국 셔먼 차관은 대중 견제가 절박한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에 일본과 보조를 맞추라고 강요한 셈이다.



3·1절에 전해진 느닷없는 메시지는 한국인의 분노를 끌어올릴 뿐이다. 미국인들에게 건국의 아버지들과 독립선언서가 귀중하듯이 한국인에게 민족 대표 33인의 기미독립선언은 나라와 민족의 근간이다.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편을 드는 듯한 그의 발언은 한국인과 한국의 역사에 대한 모독과 다름 아니다.

셔먼 차관은 한일 양국이 진정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직시하기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이 3·1절 축사에서 밝혔듯이 용기 있고 진솔한 일본의 사과만이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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