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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종교는 표 주겠지만, 경제는…

일요일 아침마다 승강이를 한다. 소파에서 뒹굴며 리모컨으로 텔레비전 채널만 돌리지 말고 움직이란다. 정작 하고 싶은 말은 같이 교회를 가자는 것이겠지. 초중고교 12년을 개신교 학교를 다녔다. 월요일 아침 채플시간은 아쉬운 일요일 휴식의 연장이었다. 졸고 또 졸다 보면 한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그래도 졸며 눈치를 보긴 했지만 야단을 맞은 기억은 없다. 싫으면 채플에 안 들어오면 그만이니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사찰 근처에 살던 기자에게 기독교는 그렇게 받아들여졌다. 강요가 아닌 선택으로. 일요일마다 벌이는 승강이도 선택의 문제라고 항변한다. 너의 종교를 인정하는 만큼 나의 '귀차니즘'도 인정해달라고. 그렇게 우리 부부의 종교갈등(?)은 티격태격 답을 못 낸다. 국회도 종교가 개입된 문제는 답을 못 냈다. 아니 아예 외면해 버렸다. 2월 임시국회에서이슬람 채권(수쿠크) 도입을 위한 법개정은 아무런 논의도 없이 연기됐다. 아니 언제 논의 될지 어떻게 처리될지 정해놓은 게 없으니 연기가 아니라 무산이라는 말이 맞다. 수쿠크 도입은 넘치는 오일머니를 들여와 외국자본을 다양화하자는 찬성 논리와 수쿠크가 이슬람 자본에 대한 특혜이고 테러자금 활용 등 경제 외적인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는 반대 논리가 맞선다. 얼핏 똑같은 경제 논리의 충돌인 듯 보이지만 본질은 개신교의 이슬람교에 대한 반대에 더해 이슬람이 오일머니를 이용해 전세계를 이슬람화하려 한다는 음모론이 깔려 있다. 음모론의 근거가 되는 기부 행위인 자카트(수쿠크 수익금의 2.5%)는 우리가 석유를 수입할 때도 대금의 일부에 기부 형태로 나간다. 이슬람권의 경제행위 모두에 따라 붙는 자카트를 부정한다면 석유도 다른 수입처를 찾아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백 번 양보해 수쿠크가 특정종교에 대한 과도한 특혜라고 치자. 그렇다면 해묵은 종교와 경제의 갈등을 꺼낸다. 전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유일한 종교인과 종교기관에 대한 비과세 관행도 명확한 법적인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도 타당성을 얻는다. 수쿠크를 찬성하면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개신교의 정치화된 행동을 보고 예수는 뭐라고 할까. 베드로가 닭이 울기 전 스승을 세 번 부인했듯이 혹 예수가 지금 한국을 찾아온다면 "난 이런 교회를 알지 못한다"고 거듭 부인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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