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분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7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EU산 고급 자동차에 대해 반덤핑 관세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U집행위원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중국 측 위협이 어떤 수준인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공식적 항의를 제기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경제일간지 레제코도 "중국이 2리터 이상급 엔진을 단 유럽산 자동차에 추가적인 수입관세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부유층의 급성장으로 고급 자동차 판매가 높은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중국 고급 자동차 시장은 2015년까지 아우디ㆍBMWㆍ메르세데스 등 주요 유럽 브랜드의 글로벌 이익 3분의1 이상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고급차 시장은 현재 BMWㆍ메르세데스벤츠ㆍ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중국이 무역분쟁 문제에 대한 승기를 잡기 위한 '협상용 카드'로 자동차를 내세우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달 말 독일을 방문해 EU와의 무역분쟁에서 독일의 협조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 행보에 나선 바 있다. 독일 정부도 최근 EU에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끝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이 유럽산 고가 자동차에 대한 반덤핑 관세 가능성을 제기하자 독일 자동차 메이커들이 즉각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독일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중국과 독일은 수십년째 중요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왔다"며 "EU집행위는 독일 정부의 희망대로 건설적인 대화의 길을 즉각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자동차 산업은 올해 유럽 내 경기부진에 따른 수요약화로 부진이 예상되는데다 중국 시장 판매까지 지장을 받을 경우 매출축소가 불가피하다. 자동차 산업의 부활 없이 독일 경제가 회복될 수 없고 독일 경제의 회복 없이 EU의 경기침체 탈피가 어려운 구조임을 감안하면 중국의 카드가 매우 절묘했음이 드러난다.
EU집행위 관계자들은 "양측의 무역분쟁이 갈수록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과 싸우려는 게 아니며 보다 합리적이고 유화적인 결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중국 인민일보도 사설에서 "EU는 자신들의 영향력이 줄어든 반면 중국의 영향력은 주요2개국(G2)으로 급부상하는 등 권력기조가 이미 이동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